'실물자산토큰화' K제도화 위해 법개정 선행 필요

美 핀테크 기업 피겨, 나스닥 입성
실물자산 토큰화 전문 기업 첫 증시 데뷔
글로벌 자산운용사도 경쟁 가세
“제도화시 연관 법 개정 병행 필요”

(사진=이투데이)
(사진=이투데이)

미국 핀테크 기업 피겨(Figure)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실물자산토큰화(RWA)가 제도권 금융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도 흐름에 가세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제도화 및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RWA 전문 기업 피겨는 11일 나스닥 상장을 마쳤다. RWA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증시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거래소나 수탁 업체가 주를 이뤘던 가상자산 기업 상장 흐름과 차별화된다.

피겨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주택담보 한도대출 심사일을 대폭 단축한 혁신 기업이다. RWA 플랫폼(rwa.xyz)에 따르면 피겨의 블록체인 기반 대출 잔액은 업계 최대 규모로, 회사는 향후 주식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토큰화 사업을 넓혀갈 방침이다.

이번 상장은 RWA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에도 힘을 싣는다. 나스닥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상품(ETP)을 디지털 또는 토큰화된 형태로 거래할 수 있도록 규칙 개정을 신청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고객에게 '토큰화된 주식'을 제공하기 위해 SEC에 허가를 요청한 바 있다.

RWA 시장이 지속해서 커지고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사업에 참여한 점도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날 기준 RWA 온체인 총 가치는 30일 사이 7.55% 증가한 293억9000만 달러(41조1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또한, 블랙록은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비들(BUIDL)을 출시해 단기간에 20억 달러 이상 성장했고, 프랭클린템플턴은 미국 등록 MMF를 온체인으로 기록·유통하며 수억 달러를 운용 중이다.

RWA는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했을 때 더 성장할 수 있어 특히 주목받는다. RWA의 핵심은 토큰화된 자산이 지갑을 통해 이전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되는 구조다. NH투자증권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많아질수록 스테이블코인으로 투자 가능한 토큰화 상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며 전통적인 금융상품의 토큰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RWA 시장 개화의 열쇠다. 관련 법안은 2023년 첫 발의 이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토큰증권 제도화 등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성숙하게 논의된 만큼 우선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어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국내 금융사도 대응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이 주관한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참여해 핵심 기능 실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과 함께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인프라 및 솔루션 플랫폼 '펄스(PULS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행 금융규제혁신법안으로는 RWA 활용에 필요한 가상자산 지갑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라며 "금융혁신법이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까지 포괄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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