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월간 현물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앞질렀다.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과 가격 모멘텀까지 이더리움으로 쏠리며 비트코인(BTC) 위상을 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대와 스테이킹 ETF 승인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3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달 이더리움 현물거래량은 479억5600만 달러로 집계돼 비트코인 현물거래량 400억63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월간 거래량 기준으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앞선 것은 2017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이더리움 현물거래량은 늘어난 반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거래가 거래소 현물 거래보다는 ETF에서 일어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 보고서에 따르면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가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를 편입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투자위원회 역시 IBIT를 매수했으며, 미시간 주 퇴직연금펀드는 또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 '아크(ARK) 21셰어즈 비트코인 ETF(ARKB)' 보유량을 전 분기 대비 세 배로 늘렸다. 13F 보고서란 SEC이 자산 규모 1억 달러 이상인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 분기말부터 45일 이내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단기 흐름에서도 이더리움이 선호되고 있다. 소소밸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7억5112만 달러가 순유출됐지만,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는 38억7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기관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장기적 시계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도 이더리움 현물거래량 증가에 힘을 보탰다. 이더리움은 특히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입지가 두드러지는데, 디파이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53.05%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이뤄진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과반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만큼, 시장이 성장할수록 이더리움 이용도 늘어난다. 특히 해당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수수료가 이더리움으로 지불되는 구조여서,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곧 이더리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SEC이 최근 리퀴드 스테이킹 서비스는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스테이킹 ETF 승인 기대감도 커졌다. 리퀴드 스테이킹이란 투자자가 이더리움을 예치해 보상을 받으면서 이를 상징하는 유동화 토큰을 발급받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SEC이 해당 토큰을 증권으로 보지 않으면서, 그동안 스테이킹 ETF 설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김 센터장은 "최근 비트코인이 12만 달러 돌파에 실패한 반면, 이더리움에 스테이블코인 확산, SEC의 스테이킹 ETF 승인 전망 등 기대감이 몰렸다"며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거래 수요가 이더리움 쪽으로 많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