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한은·기재부와 조율…법안 완성 단계
한은 '51% 룰' 고수…12월 일정 급박해질 전망

금융위원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은행, 기획재정부와의 이견 조율이 길어지면서 국회 제출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는 법안을 거의 완성한 상태이나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달 내 국회 제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제1소위원회는 논의 안건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담긴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외했다. 금융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국회 제출이 이달 내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이번 달 내에는 못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음 달도 언제 내느냐에 따라 다르다. (12월) 초반에 내면 (연내 입법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연내 국회 제출"을 약속한 만큼 다음 달 일정은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법안과 관련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정기국회 내로 금융위의 정부안과 민주당내 발의안들을 바탕으로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에서 당론을 결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연내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장 큰 쟁점은 발행 주체와 감독 권한이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과 준비자산 결정 등에서 관계기관 간 '만장일치제'를 조문에 명시하는 방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통화정책 무력화, 금산분리 훼손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분 51% 이상을 반드시 은행 컨소시엄이 보유해야 한다는 '51% 룰'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분리 원칙 유지와 통화 안정, 금융리스크 확대 방지를 위해 은행 주도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안 지연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가치안정형 가상자산 발행 및 이용자 보호법'(가칭)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 발의자로는 디지털자산 TF 이정문 위원장과 김현정 의원 등이 참여한다.
김병기 원내대표 법안은 은행과 핀테크 기업에 발행 자격을 부여하되 업비트·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직접 발행은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본금 요건은 발행액 규모에 따라 차등화해 1000억 원 미만은 50억 원, 1000억 원 이상은 1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준비자산은 100% 지급준비자산 외에 발행액의 3% 이상을 비상 손실 흡수용 별도 적립금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감독 체계는 금융위가 발행업자 허가 권한을, 한은이 지급준비자산 적정성 점검 및 거래 중단 요청 권한을 갖는 이원화 구조로 설계됐다. USDT, 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도 금융위 등록·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민병덕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자본금 5억 원으로 진입장벽을 가장 낮게 설정했고, 안도걸 의원의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 및 유통법'은 자본금 50억 원에 이자지급 전면 금지, 금융위·한은·기재부 공동 거버넌스 등 가장 엄격한 규제를 담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 법안은 이들 법안의 쟁점을 조율한 절충안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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