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흔들린 한 달…‘법정화폐 담보’가 안전판 됐다

한 달 새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총 1.41% 감소…USDe 35% 급락
디페깅 공포·이자 하락에 수요 위축…합성형 구조 취약성 드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담보 중심으로 설계해야”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시가총액) 추이 (출처=디파이라마(DeFiLlama))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시가총액) 추이 (출처=디파이라마(DeFiLlama))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시가총액)이 감소한 가운데,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이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 시 담보자산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디파이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3034억 달러로, 최근 한 달간 1.41% 감소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하락세 속에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등 오프체인 자산으로 전환하면서 발행량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대규모 청산 사태 당시 간헐적으로 발생한 디페깅(가격 괴리) 현상도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해당 기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발행량이 줄어든 자산은 3위 USDe로, 35.26% 감소했다. 담보 구조에 대한 불안이 디페깅 우려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USDe는 전통적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현금, 단기채, 레포(Repo) 등 법적 인정을 받는 자산을 담보로 하지 않고,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현물에 더해 그에 상응하는 선물 숏포지션으로 구성됐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드는 “USDe는 시장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담보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면 투자자로선 디페깅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라며 “지난 청산 사태 때도 USDe의 상환에는 시스템적 문제가 없었지만, 바이낸스에서 매도 압력이 강해지며 가격이 한때 0.65달러까지 하락했고, 공포심에 따른 매도와 대규모 상환이 이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청산 이후 USDe를 예치하면 지급되는 sUSDe 이자율이 급격히 하락해 스테이킹 수요가 감소했고, 자연스럽게 USDe 상환 수요와 발행량도 줄었다”라고 진단했다.

복 리드는 최근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중 스트림 파이낸스(Stream Finance)의 xUSD와 엘릭서(Elixir)의 deUSD가 디페깅을 겪으며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진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테더(USDT)와 써클의 USDC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은 같은 기간 1% 내외의 변동에 그쳤다. 전통적인 법정화폐 담보 방식의 안정성이 시장 혼란기에 빛을 발한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에 있어 담보자산 구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현재 국내에 발의된 법안을 종합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담보형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이 이용자에게 매력적이고 금융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규제 당국과 한국은행의 입장은 확고하다. 특히, 2022년 테라-루나 사태를 겪은 이후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자산이 페그(가치 연동) 유지와 안정적인 환매 수행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지급 불이행이나 가치 변동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유동성과 안정성이 높은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라며 “국내 여건에 맞춘 준비자산 요건 마련과 시장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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