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최근 일주일 사이 35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초대형 폭락장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가 방아쇠를 당기면서 연쇄 청산이 발생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13일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최근 1주일 사이 약 2500억 달러(약 350조 원) 감소했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발언이 트리거가 되면서 그 직후 약 193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 중 170억 달러(약 23조6300억 원)는 롱(매수)포지션에서 발생했다.
이번 하락 폭은 과거 주요 악재들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나 코로나19 초기 시장 충격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장 심리도 급격히 악화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일 기준 공포·탐욕지수는 31로, 일주일 사이 탐욕에서 공포 단계로 바뀌었다.
한국 기준 새벽 시간대에 급락장이 전개되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김치프리미엄(국내외 가격 괴리)'이 확대됐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이날 김치프리미엄은 평균 5% 수준이었으나, 한때 지난 2월 폭락장 당시 수준인 8%에 근접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수요도 급증해, 이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는 테더가 환율보다 약 100원 비싼 1514원 선에서 거래됐다.
업계는 이번 폭락의 원인을 단순한 트럼프 발언이 아닌 탈중앙화금융(DeFi) 전반에 누적된 높은 레버리지 구조에서 찾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여러 디파이 서비스가 서로 얽혀 있는 이른바 '머니 레고(Money Lego)' 구조를 띠며, 하나의 담보자산 청산이 다른 프로토콜로 연쇄 확산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시장의 급락이 전체로 번지며 낙폭을 키우는 '연쇄 청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측됐다. 빗썸에서는 렌딩 서비스 청산 과정에서 유동성 불균형이 발생해, 테더(USDT) 가격이 일시적으로 3배 이상 급등하는 이상 거래가 발생해 일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당국은 해외처럼 시장 개방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만큼, 이번 사태가 보수적 규제 기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일시적 조정에 불과하며 가상자산 시장의 우상향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고배율 레버리지를 건 투자자와 알트코인 투자자 중 일부가 큰 피해를 보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은 가격 빠르게 회복 중"이라며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으며, 패닉셀과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순간 급락이었을 뿐, 업토버(Up+October) 및 산타랠리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갈등 완화 의사를 내비치자,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다시 반등세를 보이며 상승 흐름을 되찾았다.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도 여전했다. 한 가상자산 연구원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과 미국이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자산 정책은 별개의 이슈"라며 "미국은 전통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옮겨 토큰화하려는 것이 목표일 뿐,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플랫폼은 그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도 아직 전체 가상자산 시장을 아우르는 정책이 통과되지 않았고, 가상자산 명확화 법안(CLARITY Act) 등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제한은 늘어나겠지만, 큰 흐름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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