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협회, 초기 모집 한도 확대·에어드롭 산정 제외 요구
투자계약 종료·2차 시장 규율 쟁점, 투자자 보호 단체는 철회 촉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가상자산 규정안에 제출된 의견서를 분석한 민간 자료에서 73%가 ‘조건부’ 입장으로 분류됐다. 규정의 틀을 수용하면서 세부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규제 완화와 투자자 보호 강화 요구가 함께 나타났다.
노르웨이 BI경영대학 메르트 에린치(Mert Erinc) 회계학 조교수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규정안 의견서 트래커’에 따르면, 22일 기준 분석 대상 의견서 237건 중 173건(73%)이 조건부로 분류됐다. 이는 연구자가 AI를 활용해 의견서별 입장을 분류한 분석 결과다.
조건부는 규정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면서 세부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 경우다. 이를 제외한 64건은 원안 찬성 11건, 반대 22건, 기타 의견 31건으로 나뉘었다. 기타 의견에는 조항별 찬반이 엇갈리거나 절차 문제를 다룬 경우, 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경우가 포함됐다.
연구자는 규정안에 대한 찬반 입장과 별도로, 전체 의견서 237건을 수정 요구의 방향에 따라 다시 분류했다. 규제 완화를 요구한 의견서는 76건, 강화를 요구한 의견서는 69건, 조항에 따라 완화와 강화를 함께 요구한 의견서는 33건이었다. 나머지는 규정 명확화 요구 16건, 원안 유지 7건, 완화·강화 등의 방향 분류가 적용되지 않는 의견 36건으로 집계됐다.
SEC가 지난 8월 18일 제안한 ‘가상자산 규정안(Regulation Crypto Assets)’은 가상자산 관련 일부 투자계약으로 자금을 모집할 때 증권 등록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이다. 초기 프로젝트에는 투자자에게 일정한 정보를 공개하는 조건으로, 4년간 최대 500만 달러까지 정식 등록 절차 없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일회성 면제를 제안했다. 공시·보고 요건을 충족하는 발행자에는 12개월마다 최대 7500만 달러까지 등록 없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의견 제출 기한은 이달 20일이었다.
의견 수렴에는 코인베이스와 나스닥,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등도 참여했다. 가상자산 업계뿐 아니라 전통 금융회사와 시장 인프라 기업, 회계·법률 전문가, 투자자 보호 단체 등이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블록체인협회는 20일 공개한 의견서에서 초기 프로젝트의 등록 면제 모집 한도를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 개발·보안 비용이 큰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큰 규모의 자금조달에 적용되는 면제 한도도 75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에어드롭과 네트워크 보상을 모집 한도에 포함하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협회는 네트워크 이용이나 운영·보안 활동에 대한 토큰 배포까지 한도에 포함하면, 프로젝트가 실제 자금조달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며 해당 배포를 한도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투자자 보호 단체 베터마켓츠(Better Markets)는 같은 날 제출한 의견서에서 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SEC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존 증권 등록 요건을 가상자산 투자계약에 적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와 별도 규제 체계를 만들 법적 권한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이 투자계약 관계에서 벗어나는 기준도 주요 쟁점이다. SEC는 발행자가 약속한 핵심 경영·관리 활동을 완료하거나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관련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가상자산이 투자계약의 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간주하는 조건부 세이프하버를 제안했다. 블록체인협회는 소스코드 공개 여부와 특정 주체의 일방적인 거래 차단·네트워크 규칙 변경 권한 유무 등 객관적인 판단 지표를 규정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회는 토큰 발행 단계뿐 아니라 발행 이후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 등의 등록 기준도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자가 해당 가상자산이 더 이상 투자계약의 대상이 아니라고 신고하면, 이를 합리적으로 믿고 거래를 지원한 거래소와 유동성 공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EC가 나중에 발행자의 신고 내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신고의 오류만을 이유로 이를 합리적으로 신뢰한 거래소와 유동성 공급자에게 과거 거래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