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쟁력, 높은 디지털 성숙도와 기업의 빠른 시장 진입”
기업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 실물 경제와 ‘연결’
“국내 시장점유율 경쟁 벗어나 인프라 연결 구축 초점 맞춰야”

높은 거래량과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알려진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의 무게중심이 가상자산 수탁과 토큰화 금융상품, 기업 간(B2B) 블록체인 등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반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메시의 아시아∙태평양(APAC) 사업을 이끄는 제이슨 네 윈(Jason Ne Win) 대표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6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넥스블록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은 정말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운을 떼며 시장 규모뿐 아니라 ‘높은 디지털 성숙도’와 ‘기업의 빠른 시장 진입’을 한국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특히 그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다음 단계’에 주목했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높은 거래량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시장이 기업의 참여 확대를 계기로 실물경제와 연결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 머물기보다 글로벌 유동성과 연결되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메시 제이슨 네 윈 APAC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메시와 메시의 솔루션을 소개해달라.
A. 메시는 최초의 글로벌 가상자산 결제 네트워크다. 300개 이상의 거래소, 지갑, 금융 플랫폼을 하나로 연결해 어떠한 블록체인이나 결제망에서도 자금이 즉시 이동하도록 한다. 하는 일은 간단하다. 이면에 존재하는 블록체인의 복잡성과 라우팅 과정의 마찰을 제거해 정적인 디지털자산을 일상적인 상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바꾸는 것이다. 서로 단절된 시스템과 블록체인, 자산으로 구성된 복잡한 결제 생태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한다.
Q. 메시는 가상자산계의 ‘스위프트’라고 불린다. 이유가 무엇인가.
A. 국제금융통신망(스위프트, SWIFT)은 자금 이동의 글로벌 표준으로 꼽힌다. 은행이 되려고 하거나 금융기관과 경쟁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중립성’과 ‘연결성’이 메시와 닮았다. 스위프트는 서로 고립돼 있던 수천 개의 은행이 안전하게 소통하고 자금을 이동하도록 중립적인 계층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오늘날 디지털자산도 정확히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치는 수백 개의 개별 거래소와 지갑, 블록체인에 갇혀 있다. 메시는 ‘가상자산의 스위스’(Switzerland of crypto)와 같은 중립적 계층으로 작동해 수조 달러 규모의 정적인 디지털자산을 실제 글로벌 상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세계의 파편화된 금융 시스템을 하나의 결제망으로 연결해 사용자와 기업,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이용하도록 한다.
Q. 페이팔과 칼시, 딜 등 글로벌 기업이 메시의 결제 인프라를 채택하고 있다. 기존 가상자산 결제의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메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이유는 두 가지다. ‘사용자 마찰을 제거하는 것’과 ‘디지털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거래에 많은 마찰이 있었다. 사용자는 앱을 벗어나 외부 지갑이나 거래소에 접속한 뒤 긴 지갑 주소를 복사하고, 적절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선택해 직접 자산을 전송해야 했다. 복잡성 역시 도입을 가로막는 요소다. 메시는 이 모든 과정을 앱 안에서 직접 이뤄지는 네이티브 흐름으로 대체한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새로운 토큰과 결제망이 등장하며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에 기업이 새로운 토큰이나 블록체인이 등장할 때마다 일일이 연동하기는 어렵다. 메시는 중립적인 네트워크로 기업을 전체 디지털자산 생태계와 연결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Q.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A. 돈이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비해 기존 인프라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정교한 시장조차 수십 년 전 은행의 자금 이동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느리고 서로 단절돼 있으며, 애초에 서로 소통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봤다.
Q. 바이낸스에서의 경험은 지금의 메시를 이끄는 데 어떤 영향을 줬나.
A. 바이낸스에서 5년간 창펑자오(CZ)와 이후 리처드 텅(Richard Teng)의 비서실장(COS)으로 일하면서 돈이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변화가 글로벌 규모에서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 확인했다. 메시는 기존 인프라가 가진 문제에 대한 답이다. 하나의 단절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전체 생태계를 연결해 상호운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특히 아시아가 실물경제에서의 디지털자산 도입과 결제 활용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APAC 대표를 맡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Q.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아시아는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소비하는 시장에서 직접 구축∙수출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년 간 아시아는 투기적 거래 활동으로 정의됐고, 기반 결제망과 스테이블코인 표준은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이 같은 역학이 지금 바뀌고 있다. 글로벌 탈중앙화(디파이) 금융 시장에서는 역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되고 있고, 일본 메가뱅크들도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다. 아시아 통화는 글로벌 무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적이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수단으로 점차 변하는 중이다. 아시아는 이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결제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페이페이(PayPay), 카카오페이, 토스 등과 같은 법정화폐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결제는 이미 일상이 됐다. 이는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발전된 결제 시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 단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에 맞춰 결제 인프라 역시 빠르게 발전하는 것이다.
Q. 아시아의 높은 거래 규모가 글로벌 영향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A. 규모가 크다고 해서 곧바로 영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의 유동성은 대부분 개별 국가 안에 갇혀 있다. 이는 지역의 높은 거래량이 아직 글로벌 구매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연결성’이다. 글로벌 플랫폼이 각 지역 시장에 진입하고, 동시에 지역 기업이 해외로 확장할 수 있도록 양방향 다리가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상호운용성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메시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Q. 아시아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평가한다면.
A. 인구 5200만 명의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현물 거래량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달러 시장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특히 한국 거래량의 약 85%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닌 알트코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서구 시장과 다르다. 업비트 같은 거래소의 토큰 상장이 글로벌 시장의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최근에는 기업 중심의 전환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디지털자산 수탁과 토큰화 금융상품, B2B 블록체인 구축에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도해온 한국 시장에서 기업의 참여 확대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시장이 단기적인 거래량이나 사이클에 좌우되지 않고 여러 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제도화 과정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A. 규제 논의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처음부터 규제 준수와 실제 활용을 고려해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 트래블룰 검증과 지갑 소유권 확인, 자동화된 스크리닝 등을 시스템에 미리 반영해 놓으면 최종 법안이 마련됐을 때 대대적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 없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단순히 토큰을 발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글로벌 유동성이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과 기술적으로 호환돼야 하고, 동시에 규제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프로토콜 단계부터 규제 준수를 고려하고 개방적인 상호운용성을 갖춘다면 국내 제도가 확정되는 시점에는 이미 글로벌 시장과 연결돼 곧바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가상자산 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한국은 이미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이끄는 주요 시장 중 하나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소비자의 높은 디지털 성숙도와 기업의 빠른 도입 속도도 강점이다. 한국의 창업자와 거래소, 금융기관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구축하라’(Build outward from day one)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기술 인재와 시장 규모,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국내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벗어나 규제를 준수하면서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거래량이 많은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디지털 거래의 핵심 설계자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