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투자 넘어 실물 사업으로’ DB증권·LG전자의 행보

'이더리움 코리아 원 2026' 개최…국내외 금융기관·글로벌 업계 인사 집결
톰 리 "금융 토큰화·AI 경제가 성장 동력"…조셉 루빈, 기관 온체인 연결 구상 제시
DB증권, 부산 탄소감축 STO 사업 추진…LG전자, 일본 광고 상용화 성과 공개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이더리움 코리아 원 2026'에서 톰 리 비트마인 회장(왼쪽)이 강유빈 논스클래식 대표와 이더리움의 기관 자산배분 전략, 인공지능(AI) 및 시장 구조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이더리움 코리아 원 2026'에서 톰 리 비트마인 회장(왼쪽)이 강유빈 논스클래식 대표와 이더리움의 기관 자산배분 전략, 인공지능(AI) 및 시장 구조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이더리움의 활용 범위가 가상자산 투자와 기술 실증을 넘어 실제 금융·산업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DB증권은 부산 탄소감축 토큰증권(STO) 사업과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의 협력 사례를 공개했고, LG전자는 일본 광고회사와 진행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광고 프로젝트가 실제 상품 출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이더리움 업계 주요 인사들도 금융자산 토큰화와 인공지능(AI), 기관금융 인프라를 중심으로 이더리움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이더리움 코리아 원 2026(Ethereum Korea One 2026)' 첫날 행사는 기관 금융을 주제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을 비롯해 DB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국내외 금융기관과 이더리움 생태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개회사에서 강유빈 논스클래식 대표는 "1년 전 이 자리에서의 질문은 한국 기관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쓸 것인가였지만, 이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바뀌었다"며 국내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도입 논의가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드리언 리(Adrian Li) 이더리움 재단 아시아태평양 정책 리드도 지난 1년간 한국 금융기관의 관심이 블록체인의 개념과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에서 기존 금융시스템에 기술을 적용할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모색하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DB증권, 부산 탄소감축 STO 추진…전통 금융과 이더리움 연결 나서

이어 곽봉석 DB증권 대표는 오프닝 키노트에서 지난해 11월 태스크포스(TF)로 출범한 디지털자산사업팀을 올해 5월 정규 조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 소재 해양금융 IT 기업 마리나체인과 함께 탄소감축 토큰증권(STO) 플랫폼 개발 및 사업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DB증권은 컨소시엄 내에서 STO 구조 설계와 금융 구조화를 담당하고 있다.

곽 대표는 지난 7월 옵티미즘과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언급하며 "전통 금융과 이더리움 생태계가 어떻게 연결돼 한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책임 있는 실행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기술과 국내 금융 규제 환경을 연결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 그 자체가 금융의 답은 아니다"라며 전통 금융의 책임과 블록체인의 개방성이 함께 작동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톰 리 "토큰화·AI가 이더리움 성장 동력"…루빈, 기관 온체인 연결 구상 제시

톰 리 비트마인 회장은 '이더리움을 자산배분 관점에서 바라보기(Ethereum as an Allocation)'를 주제로 진행된 대담에서 향후 10~20년간 금융산업의 시스템 전환과 AI 발전이 이더리움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이더리움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고 금융 거래를 처리하는 결제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기존 금융망보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AI가 인간의 지시를 준수하도록 통제하고, 가상자산 지갑을 활용해 AI 에이전트 간 소액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마인의 ETH 운용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톰 리 회장은 비트마인이 약 600만 ETH를 부채 없이 보유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 약세 국면에서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재무구조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보호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토큰화와 AI가 이더리움의 장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ETH에 대한 높은 투자 노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셉 루빈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겸 메타마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기관의 블록체인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내부 준비 수준과 규제 불확실성, 기술 성숙도 등을 꼽았다. 다만 관련 기술과 제도적 환경이 점차 갖춰지면서 금융기관이 이더리움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기관이 모든 거래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이전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컨센시스 등이 개발 중인 '동기적 결합성(Synchronous Composability)' 기술을 통해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이더리움 메인넷, 레이어2 간 거래를 연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빈 CEO는 영지식증명(ZKP)을 활용하면 별도의 제3자 브릿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서로 다른 네트워크의 거래와 상태를 조정할 수 있다며, 기관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이더리움 생태계와 연결되는 구조를 제시했다.

LG전자, 아비트럼 협력으로 일본 광고 사업 상용화…기술 실증 넘어 실제 서비스로

국내 대기업의 실제 블록체인 활용 사례도 소개됐다. '이더리움 확장: 레이어2가 기관에게 여는 문' 세션에서는 에드 펠튼 오프체인랩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과학책임자와 박병선 LG전자 블록체인 리드가 참여해 양사의 협력 배경과 디지털 광고 분야의 기술 적용 성과를 공유했다.

박병선 리드는 LG전자가 디지털 광고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비트럼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광고 예산이 실제 어떤 경로로 집행되고 이용자에게 전달되는지, 그 성과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등 기존 광고 산업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이더리움 코리아 원 2026'에서 에드 펠튼 아비트럼(오프체인랩스) 공동창립자(왼쪽부터), 박병선 LG전자 블록체인 리드, 장재석 써니사이드랩스 사업총괄이 기관의 이더리움 레이어2 활용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이더리움 코리아 원 2026'에서 에드 펠튼 아비트럼(오프체인랩스) 공동창립자(왼쪽부터), 박병선 LG전자 블록체인 리드, 장재석 써니사이드랩스 사업총괄이 기관의 이더리움 레이어2 활용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LG전자는 일본의 대형 광고회사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광고 서비스의 파일럿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광고주와 이용자의 서비스 수용성,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제로파티 데이터(Zero-party Data)의 활용 가능성 등을 확인했다. 이후 해당 일본 파트너사가 관련 광고 상품의 사업화를 결정해 올해 6월 출시했으며, 현재 LG전자가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범위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리드는 초기에는 스마트컨트랙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광고 시스템을 구현했지만, 광고 노출 대상 선정이나 입찰 가격 책정 등 세부적인 기능에서는 블록체인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강점과 기존 시스템이 처리해야 할 영역을 구분해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일본 협력사의 광고 사업을 확대하고 더 많은 광고주와 이용자, 매체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에드 펠튼 공동창립자는 기업의 블록체인 도입에서 처리 속도와 안정성뿐 아니라 네트워크 통제권과 거버넌스, 맞춤형 설계, 규제 준수 등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단순한 시범사업을 넘어 실제 사업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확장성과 체인 간 상호운용성, 프라이버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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