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엔이 37원, 1유로가 7860원” 스테이블코인 가격 왜곡 왜 반복되나

국내 5대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14종 전수조사…기존 달러 스테이블은 페그 유지
JPYC 상장 첫날 페그보다 327% 높은 37.60원…거래소 추정 지갑 물량 9억개까지 증가
EURC·PYUSD도 급등 직후 대규모 입금…신규 상장과 유통물량 간 ‘시차’가 가격 왜곡

▲17일 업비트 상장 이후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의 가격과 온체인 보유량, 총발행량 변화 추이. JPYC는 장중 37.60원까지 급등한 뒤 거래소 커스터디 추정 물량 유입과 발행량 증가가 나타난 가운데 18일 오전 9시 9.36원까지 내려왔다. (챗GPT)
▲17일 업비트 상장 이후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의 가격과 온체인 보유량, 총발행량 변화 추이. JPYC는 장중 37.60원까지 급등한 뒤 거래소 커스터디 추정 물량 유입과 발행량 증가가 나타난 가운데 18일 오전 9시 9.36원까지 내려왔다. (챗GPT)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신규 상장된 스테이블코인이 기준 가격을 크게 벗어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기존에 거래되던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실시간 환율과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발행 준비자산 부실 등 구조적인 디페깅이라기보다 신규 상장 초기 국내 유통물량과 외부 유동성 공급 사이의 시차가 가격 왜곡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9시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에서 거래지원 중인 스테이블코인 14종을 분석한 결과 USDT·USDC·RLUSD·USD1·USDe·USDG 등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실시간 원·달러 환율과 ±1% 이내에서 거래됐다. 같은 시각 원·달러 환율은 1380.82원이었고 업비트 USDT는 1379원, USDC는 1380원으로 사실상 페그를 유지했다. 반면 최근 새로 상장된 EURC·PYUSD·JPYC에서는 짧은 시간 가격이 기준가를 수십~수백% 웃도는 사례가 잇따랐다.

JPYC 8.8원 페그인데 37.6원…상장 34분 만에 4.3배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JPYC다. 업비트에서 17일 오후 6시 5분 첫 거래가 시작된 JPYC는 12원에 첫 체결된 뒤 1분 만에 18.50원까지 올랐고, 34분 뒤인 오후 6시 39분에는 37.60원을 기록했다. 당시 원·엔 환율 기준 1엔은 약 8.8원 수준으로, JPYC의 페그 가격도 약 8.80원이었다. 고점 37.60원은 이보다 327%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가격은 이후 빠르게 내려왔다. JPYC는 오후 7시 27.40원, 오후 8시 20.20원, 자정 11.10원, 18일 오전 2시 9.13원까지 하락하며 사실상 정상 가격권에 진입했다. 오전 9시에는 9.36원에 거래돼 엔화 페그 대비 프리미엄은 6.15%까지 축소됐다. 해외 DEX 가격과 비교한 국내 괴리율은 0.95%까지 줄었다.

37.6원→9원대…온체인 물량 유입과 맞물린 정상화

가격 정상화 과정에서는 거래소로 유입되는 물량 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더리움 온체인에서 업비트 커스터디로 추정되는 JPYC 지갑군을 분석한 결과 거래 개시 전인 17일 오후 5시까지 약 1억3595만 JPYC가 핫월렛에 들어와 있었다. 거래가 시작된 오후 6시에는 한 시간 동안 6511만 JPYC가 추가 유입되면서 핫월렛 잔액이 약 2억100만개까지 늘었다.

이후 입금이 누적될수록 가격도 37.60원에서 27.40원, 20.20원, 15.80원, 11.10원, 9.13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18일 새벽 3시부터 오전 7시까지 5시간 동안 추가 입금이 한 건도 없자 프리미엄이 다시 확대됐지만, 오전 8시 55건을 통해 약 2억543만 JPYC가 추가로 들어오자 가격도 다시 9원대로 내려왔다. 오전 9시 기준 해당 지갑군의 보유량은 약 8억9874만 JPYC로 늘었다.

발행량도 하루 만에 4.3배…11억개→48억개

발행량 자체도 크게 늘었다. JPYC의 이더리움 기준 총발행량은 상장 직전 약 11억1304만개에서 18일 오전 3시 이후 약 48억303만개로 4.3배 증가했다. 발행사는 17일 오후 9시 37분 5억9000만개, 18일 오전 1시 19분 6억개, 오전 3시 19분 25억개를 각각 추가 발행했다.

다만 추가 발행 자체가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규모인 25억 JPYC 추가 발행은 이미 가격이 9.13원까지 내려온 뒤 이뤄졌다. 온체인 흐름상 실제 프리미엄 축소 시점과 더 직접적으로 맞물린 것은 거래소로 유입된 물량이었다. 추가 발행은 차익거래와 시장 공급에 필요한 물량의 원천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JPYC의 해외 시장 구조도 가격 왜곡을 키운 요인으로 보인다. JPYC는 업비트 상장 전 코인게코가 집계하는 59개 거래쌍이 모두 유니스왑과 드래곤스왑 등 탈중앙화거래소(DEX)에 형성돼 있었다. 9월 초부터 상장 당일 오전까지 해외 가격은 엔화 페그에서 대체로 ±2% 안에서 움직였지만 업비트 상장 이후 DEX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해외 가격 자체도 한때 페그보다 23% 이상 상승했다.

PYUSD는 10분 만에 복귀…EURC도 같은 패턴

같은 날 함께 상장된 PYUSD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하다.

PYUSD도 17일 오후 6시 11분부터 급등해 10분 뒤 1760원을 기록하며 달러 페그 대비 약 28.5% 올랐다. 그러나 오후 6시 22분 다시 1387원으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업비트 커스터디 추정 PYUSD 핫월렛에는 오후 6시 20분부터 30분 사이 약 392만 PYUSD, 당시 약 54억원 규모의 물량이 들어왔다. 18일 오전 9시 PYUSD 가격은 1379원으로 달러 페그 대비 -0.13% 수준이었다.

▲신규 상장 직후 가격이 급등한 스테이블코인 PYUSD와 EURC의 가격 흐름과 물량 유입 추이. PYUSD는 상장 직후 1760원까지 급등한 뒤 외부 물량 유입과 함께 18일 오전 9시 1379원으로 안정됐고, EURC도 업비트 3300원·빗썸 7860원까지 치솟은 뒤 유입 물량 확대와 함께 정상 범위로 복귀했다. (챗GPT)
▲신규 상장 직후 가격이 급등한 스테이블코인 PYUSD와 EURC의 가격 흐름과 물량 유입 추이. PYUSD는 상장 직후 1760원까지 급등한 뒤 외부 물량 유입과 함께 18일 오전 9시 1379원으로 안정됐고, EURC도 업비트 3300원·빗썸 7860원까지 치솟은 뒤 유입 물량 확대와 함께 정상 범위로 복귀했다. (챗GPT)

앞서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EURC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업비트와 빗썸에 상장된 EURC는 이달 14일 오전 0시 19분부터 약 10분간 업비트에서 1582원에서 3300원까지 올랐고, 같은 시간대 빗썸에서는 7860원까지 치솟았다.

급등 직전 업비트 커스터디 추정 지갑이 보유한 EURC는 약 54만7000개, 당시 약 8억6000만원 규모에 그쳤다. 그러나 급등 직후인 오전 1시대 약 194만 EURC가 한 시간 만에 유입되면서 지갑 보유량이 4배 이상 증가했고 가격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18일 오전 9시 기준 해당 지갑군 보유량은 약 264만 EURC로 급등 직전의 약 4.8배다.

반면 거래 역사가 길고 해외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서는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전 9시 기준 USDT·USDC·RLUSD·USD1·USDe·USDG는 대부분 페그 대비 -0.4~+0.1% 범위에서 거래됐다. 실시간 환율을 적용하면 국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유의미한 프리미엄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초기 유동성 기준 높여야”…상장 전 공급 경로 점검 필요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발행·상환과 차익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가 신규 상장 초기 가격 왜곡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포필러스의 복진솔 리서처는 “초기 유동성 부족과 외부 차익거래 경로의 한계가 주요 원인”이라며 “근본적으로 국내에서 대규모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상환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한편 거래소도 해외 스테이블코인 상장 시 일반 토큰보다 높은 수준의 유동성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필러스의 켈빈 리서처는 JPYC의 경우 상장 전 온체인 유동성과 거래소 유입 물량이 충분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상장 예정 토큰에 대해 초기 유동성 확보 계획과 외부에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브릿지 경로 등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이 발행사의 준비자산뿐 아니라 거래소 상장 초기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과 외부 차익거래 경로에도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