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02억 5000만 루피 규모 토큰화 회사채 발행

증권위∙준비은행, ‘DEMAT 2.0’ 통해 토큰화 회사채 발행 완료
도매 CBDC 연계로 채권 이전∙대금결제 동시에
REC, L&T, IIFL 참여∙∙∙총 102억 5000만 루피 발행
“세 단계로 파일럿 확대∙∙∙소매 투자자 접근까지 순차 허용 방침”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세계 최대 인구대국 인도가 토큰화 채권 시범 사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미국 코인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각)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와 준비은행(RBI)이 토큰화 회사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SEBI는 ‘DEMAT 2.0’을 통해 토큰화 회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이로써 법정 예탁기관이 소유한 분산원장에 회사채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보관할 수 있게 됐다.

‘DEMAT 2.0’은 분산원장에 채권 보유 현황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기록∙추적하는 시스템이다. RBI의 도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계해 채권 이전과 대금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원자적 결제를 구현했다.

그동안 증권 인도와 대금 지급이 별도의 시스템에서 이뤄져 시간차에 다른 결제 위험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토큰화 채권이 통합 시장 인터페이스(UMI)에서 RBI의 도매용 CBDC와 연동돼 채권∙결제 자금 이전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SBI 측은 “UMI에서 발행사는 2~3일간 기다릴 필요 없이 입찰 당일에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원자적 결제 방식이 자금 이동과 채권 발행 사이의 지연을 없애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이자 및 상환금 지급 자동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REC, 50억 루피 조달∙∙∙디지털 루피 대금 결제 첫 사례

이번 토큰화 회사채 발행에는 인도 국영 전략금융기업 REC와 라르센앤투브로(L&T), IIFL 파이낸스가 참여한다. 총 발행 규모는 102억 5000만 루피로, 애초 계획했던 50억 루피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앞서 영국 로이터는 지난달 24일 REC가 토큰화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REC는 지난 7일 SEBI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50억 루피(약 5700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RBI가 운영하는 도매용 CBDC, 즉, 디지털 루피로 대금을 결제한 첫 사례다.

REC에 따르면 해당 시범 발행 규모는 기본 발행액 10억 루피에 발행 옵션 40억 루피가 추가됐으며, 입찰은 국립증권거래소(NSE)의 전자증권거래소(EBP) 플랫폼에서 진행됐다.

시범 발행에는 투자자 18곳이 참여했다. 1년 9개월 만기, 연 7.30%의 쿠폰 금리로 설계됐다. 응찰 규모는 79억 6000만 루피를 기록했다. 애초 발행 예정이었던 10억 루피 대비 약 8배 청약이 늘어난 수치다.

REC 라제시 쿠마르 재무국장은 “SEBI가 비즈니스 환경 개선, 시장 효율성 향상, 규제 절차의 신속한 처리에 지속적으로 집중한 결과, 인도 금융 시장의 깊이와 회복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DEMAT 2.0 이니셔티브와 토큰화 회사채는 인도 채권 시장 발전의 획기적인 단계”라며 “디지털 인프라, 분산원장기술(DLT), CBDC 기반 결제 수단 활용으로 차세대 자본 시장 인프라의 토대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L&T는 50억 루피, IIFL 파이낸스는 2억 5000만 루피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L&T 측은 “이번 거래는 L&T가 자본 조달 및 재무 운영에서 기술 중심 솔루션을 지속적인 도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며 “DLT 활용은 채권 거래를 기록∙관리하는 데 있어 보다 간소화되고 투명한 프레임워크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인도 기업 부채 시장의 발전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SEBI는 시범사업을 세 단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1단계에서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발행과 결제 기능을 시험하고 있다. 추후 유통 시장 거래를 도입한 뒤 소매 투자자의 접근까지 순차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SEBI 측은 “다음 단계에서 기존 견적 요청 플랫폼에 2차 거래를 도입해 개인 투자자에게 접근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시범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가상자산 정책, 전면 금지→규제 전환

한편 가상자산을 전면 금지하는 방향에서 세금 부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도입 및 제도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이번 시범사업 역시 개방형 탈중앙화 시장이 아닌 기존 금융 인프라와 규제의 틀 안에서 토큰화를 수용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인도의 정책 기조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초기 가상자산 정책은 일종의 ‘경고’였다. RBI는 2013년 가상자산에 관한 최초의 공문을 발행하며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사용자, 보유자, 거래자에게 잠재적 금융, 운영, 법률, 고객 보호, 보안 관련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2017년 말까지 RBI와 재무부는 암호화폐가 법정화폐가 아니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민간은행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RBI는 2018년 민간은행과 기타 결제 시스템이 암호화폐를 다루지 못하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2020년 대법원이 “RBI의 규제는 위헌”이라며 금지 조치를 무효화하자, 이듬해 11월 정부는 금지가 아닌 규제 방향으로 제도화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에는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한 세율을 30%로 적용했고, 거래 시 1%의 원천징수세(TDS)를 부과하는 과세 체계를 도입했다. 2023년 이후에는 규제의 무게중심의 AML과 이용자 신원확인(KYC) 등으로 규제 강화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검토, 의회 차원의 가상자산 정책 논의, 별도의 법적 체계 마련 등 국제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추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다만, 가상자산의 구체적인 법적 지위와 거래에 관한 포괄적인 규제 체계는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블록체인∙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인도 가상자산 시장의 다음 단계는 새로운 개인 투자자 유치가 아니라 기존 사용자와 업계 관계자를 수용할 지원 시스템 구축”이라며 “세제 구조 조정,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디파이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보호와 혁신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면 가상자산의 광범위한 도입은 진정한 금융 인프라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