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 “가상자산투자소득세 도입 필요”…통합 신고·원천징수 체계 제안
전문가들 “손익통산·손실 이월공제·신고 인프라 보완…금융자산과 과세 형평성도 점검”

2027년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기타소득’ 중심의 과세 체계를 거래 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매매·교환뿐 아니라 채굴과 스테이킹, 렌딩, 유동성 공급 등 거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현행 일괄 과세 체계로는 형평성과 집행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가 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문진석 의원은 환영사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단순한 시행 여부나 세수 확보 차원에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세냐 유예냐를 넘어 가상자산 시장의 양성화와 활성화라는 큰 그림 안에서 과세 체계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주문했다.
오세진 DAXA 의장도 축사를 통해 가상자산이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특성을 고려해 국제적 정합성과 투자자의 실질소득을 반영하는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할 것이냐보다 ‘제대로 과세할 수 있느냐’가 핵심”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날 발제를 통해 논의의 초점을 ‘가상자산을 과세할 것인가’에서 ‘현행법으로 제대로 과세할 수 있는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는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효세율은 22%다. 제도는 2020년 도입 이후 세 차례 시행이 미뤄져 현재 2027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세 차례 유예 과정에서도 양도와 대여라는 성격이 다른 소득을 하나의 기타소득으로 묶는 기본 구조는 유지됐다.
박 회장은 특히 가상자산 시장이 초기와 달리 매매·교환을 넘어 채굴, 스테이킹, 렌딩, 예치, 유동성 공급, 에어드랍, 하드포크 등으로 크게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처럼 ‘양도·대여에 따른 기타소득’만을 규정할 경우 이처럼 다양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일관되게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거래유형과 소득의 성격, 소득 실현 시점 등에 아직 “통일된 해석이나 기준이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대안으로 가칭 ‘가상자산투자소득세’를 제시했다. 새로운 하나의 소득 종류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를 경제적 실질에 따라 기존 이자·배당·사업·양도·기타소득으로 각각 배분하고, 계산과 신고·자료제출 절차는 하나의 체계 안에서 통합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매매·교환·지급은 자산 가치 상승분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양도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봤다. 사업적으로 이뤄지는 채굴은 사업소득, 일시적·비사업적 채굴 보상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은 내부 거래 요소를 분해해 이자·배당·사업·양도소득 가운데 실제 성격에 맞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렌딩이나 소비대차형 예치는 이자소득과 유사한 만큼 관련 규정에 명확히 열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과세 절차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급 주체와 원천징수 의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거래소 등을 통해 원천징수를 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거래에 대해서만 신고·납부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외주식 과세처럼 사업자가 거래명세를 제출하고 국세청이 사후 검증할 수 있는 통합 신고 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손실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일정 범위에서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제도 개선 방향을 △거래 유형별 소득 구분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거래행위 명문화 △가능한 거래에 대한 원천징수 △통합 신고서·부속명세서 마련 △취득가액·평가 및 손실 이월공제 등 계산·평가 규정 정비 등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이러한 정비 없이 2027년부터 양도 또는 대여로 인한 기타소득 과세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경제적 실질 중심 재편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도 현행 기타소득 일괄 분류를 경제적 실질에 맞게 세분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구성권 명지전문대 교수는 매매·교환·지급은 자본이득 또는 양도소득에 준하는 처분손익으로, 계속적·반복적 채굴은 사업소득으로, 렌딩·소비대차형 예치는 이자소득에 준하는 소득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수 거래소와 개인지갑, 디파이 이용 환경을 고려해 표준 거래내역과 자동 계산 등 신고 인프라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현행 기타소득 분류가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을 적극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기보다 과거 회계상 ‘무형자산’ 분류를 세법이 이어받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제적 통제권’을 대여 여부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고, 활성시장 기준을 세법상 시가 평가에 준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국내 상장주식과 가상자산 간 과세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장기적으로 금융투자자산 전체의 자본이득 과세체계 속에서 기본공제와 세율, 손실공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세법상의 소득분류는 단순한 과세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가상자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며 2027년 시행 전 기타소득 분류의 적절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전통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의 경계가 희미해질 가능성을 고려해 전체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 안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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