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변동성 10개월 최저, ‘폭풍 전 고요’일까

30일 실현변동성 21.8%…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옵션시장 내재변동성은 36%대…실제 움직임보다 향후 변동 위험 높게 반영
현물·ETF 수요 약화 속 거래대금도 위축…변동성 복귀 시점 주목

비트코인이 수주째 6만달러대에서 좁은 박스권을 이어가면서 가격 변동성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물 거래와 기관 수요가 동시에 약해지며 시장이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옵션시장에서는 향후 가격 변동 가능성을 실제 움직임보다 높게 반영하고 있어 현재의 저변동성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날(18일) 비트코인은 6만4000달러대에서 거래를 이어가며 장중 6만4900달러 부근까지 올랐지만, 최근 형성된 6만3000~6만5000달러대 박스권을 뚜렷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30일 실현변동성은 최근 연율 기준 21.8%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현변동성은 일정 기간 실제 가격이 얼마나 크게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가격 변화 폭이 작았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30일 내재변동성과 실현변동성 추이. 옵션시장이 반영하는 내재변동성은 36.35%로 유지된 반면, 실제 가격 움직임을 나타내는 실현변동성은 21.80%까지 낮아지며 10개월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출처=글래스노드)
▲비트코인 30일 내재변동성과 실현변동성 추이. 옵션시장이 반영하는 내재변동성은 36.35%로 유지된 반면, 실제 가격 움직임을 나타내는 실현변동성은 21.80%까지 낮아지며 10개월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출처=글래스노드)

반면 옵션시장이 반영하는 30일 내재변동성은 36%대로, 실제 시장보다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반영하고 있다.

가격은 잠잠한데 옵션은 비싸다…커지는 ‘변동성 격차’

주목할 점은 실제 가격 움직임과 옵션시장의 기대 사이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단기 내재변동성은 실현변동성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단기 옵션시장에서도 이 같은 격차가 나타나면서 현재의 좁은 박스권이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보다는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생상품 시장의 대표적인 비트코인 변동성 지표인 데리비트 DVOL도 최근 30%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초 시장 불안이 커졌을 당시보다는 크게 낮아졌지만 최근 실제 가격 움직임과 비교하면 옵션 가격에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변동성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셈이다.

▲데리비트 비트코인 변동성지수(DVOL) 추이. DVOL은 2월 초 90.33까지 급등한 뒤 최근 34.95까지 하락하며 30%대 중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출처=데리비트(Deribit))
▲데리비트 비트코인 변동성지수(DVOL) 추이. DVOL은 2월 초 90.33까지 급등한 뒤 최근 34.95까지 하락하며 30%대 중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출처=데리비트(Deribit))

이는 옵션 투자자들이 당장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 방향을 확신하고 있다기보다 현재의 저변동성 국면이 끝날 경우 가격 움직임 자체가 다시 커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높은 내재변동성이 향후 급등이나 급락 방향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글래스노드 “현물 유동성 약해…방향성 확신 제한적”

가격 변동성이 떨어진 배경에는 현물시장 참여 감소가 자리 잡고 있다.

온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17일 ‘BTC Market Pulse: Week 34’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약 6만3600달러 부근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물 거래량과 거래 처리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물 유동성이 줄면서 투자자들의 방향성 확신 역시 제한적인 상태라는 설명이다.

파생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상승 베팅보다는 신중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글래스노드는 레버리지가 완만하게 늘고 있지만 무기한선물 시장의 테이커 흐름은 매도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현재 비트코인은 강한 매도세로 급락하지도 않지만 가격을 위로 밀어 올릴 만큼 강한 현물 매수가 유입되지도 않는 균형 상태에 가까운 셈이다.

수요는 약하지만 투매도 없다…좁아진 수급 균형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와 현물시장에서는 뚜렷한 매수 회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글래스노드는 최근 ETF 거래량 감소와 순유출, 현물 유동성 약화를 시장의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매도 압력이 다시 크게 확대되는 모습도 제한적이다. 글래스노드는 투자자들의 손실 실현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본 유출 속도는 이전보다 안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체인에서는 거래소 비트코인 보유량이 지난 5월 저점 이후 다시 늘어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 보유량 증가는 잠재적인 매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실제 투매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결국 현재 시장은 가격을 끌어올릴 신규 수요는 부족하지만 강한 매도세 역시 나타나지 않는 수급 균형 구간에 가깝다. 이 같은 상황이 거래량과 가격 움직임, 변동성을 동시에 낮추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美 증시는 변동성 확대 조짐…비트코인은 언제 깨어날까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와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한 반면 나스닥종합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리 부담이 커지며 전통 위험자산 시장에서도 변동성 요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출처=Cboe·미국 재무부·Nasdaq·Reuters)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와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한 반면 나스닥종합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리 부담이 커지며 전통 위험자산 시장에서도 변동성 요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출처=Cboe·미국 재무부·Nasdaq·Reuters)

거시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의 낮은 변동성은 더욱 눈에 띈다.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지난주 한때 올해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18일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국채금리 상승, 기술주 하락이 겹치면서 다시 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나스닥종합지수도 약세를 보이는 등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다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들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시장과 비교해도 가상자산 거래 참여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18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합산 거래대금은 약 38조원인 반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약 9712억원에 그쳤다. 단순 비교하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국내 증시의 약 2.6% 수준이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좁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에 단순한 가격 방향성 부재뿐 아니라 거래 참여 자체가 줄어든 시장 환경도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저변동성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기보다는 현물 거래량과 ETF 자금 흐름이 회복되는 시점을 전후해 다시 방향성이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옵션시장이 높은 미래 변동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서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 방향까지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현변동성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현물 수요는 약하고 옵션시장에서는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도 수주째 이어진 비트코인의 ‘고요’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깨질지에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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