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간 교환도 양도손익 계산 전망…해외·온체인 거래 추적은 난제
거래소 “국세청 고시 나와야 후속 가이드 마련…현재 별도 지침 없어”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위한 절차를 예정대로 추진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추가 과세 유예안을 담지 않으면서 현행법상 2027년 1월 시행 일정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과세 시행이 다가왔지만 투자자와 거래소가 가장 궁금해하는 거래별 손익 산정 방식은 여전히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테더(USDT)를 기축통화처럼 사용하는 해외 거래소 이용자는 거래기록 관리와 취득가액 산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 유예 없는 세제개편안…“시행 후 보완 기조”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대해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세금을 즉시 납부하는 방식은 아니다. 과세기간 동안 발생한 가상자산 양도손익을 합산한 뒤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신고·납부하는 구조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한 새로운 제도 변경이나 추가 유예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최희경 법무법인 태평양 회계사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기조를 보면 우선 2027년 과세를 시행한 뒤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BTC→USDT→알트코인’ 교환마다 손익 계산 전망
실무적으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양도’의 범위다. 국내 원화거래소와 달리 바이낸스·바이비트·OKX 등 해외 거래소에서는 테더를 기축통화처럼 사용하는 거래가 일반적이다.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테더로 교환한 뒤 다시 이더리움이나 다른 알트코인을 매수하는 거래를 반복하기도 한다.
현행 제도상 이 같은 가상자산 간 교환도 양도로 처리되는 방향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취득가보다 높은 가격에 테더로 교환했다면 비트코인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해당 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을 계산한다. 이후 테더로 다른 가상자산을 매수하는 과정에서도 테더를 처분한 것으로 보고 손익을 산정할 가능성이 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거래소에서 BTC→USDT→알트코인처럼 거래하는 경우 현행 제도상 각 교환 단계마다 양도손익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와 온체인 지갑, 디파이(DeFi)를 함께 이용하는 투자자의 취득가액과 거래내역을 개인이 직접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며 “특히 소액 투자자는 이러한 과정에 부담을 느껴 온체인 거래 자체가 위축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영국·호주도 코인 간 교환을 ‘처분’으로 간주
코인 간 교환을 과세 거래로 보는 방식 자체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비트코인을 테더나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할 경우 기존 가상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손익을 계산한다. 영국 국세청(HMRC)과 호주 국세청(ATO) 역시 한 종류의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하는 행위를 처분으로 보고 자본이득세 계산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이 코인 간 교환을 양도로 보는 방향 자체는 해외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다만 거래 빈도가 높고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가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각 거래 시점의 시가와 취득가액을 일관되게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실무 과제로 남는다.
특히 USDT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원화로 어떻게 환산할지,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 거래내역을 어떤 방식으로 입증할지, 디파이와 브리지·래핑 토큰 거래를 어떻게 구분할지 등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국세청 고시 전까지 구체적 대응 어려워”
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국세청이 연내 고시를 마련하겠다는 정도로 안내한 상황”이라며 “해당 고시가 나와야 그에 따른 후속 가이드라인도 마련될 수 있는데, 현재 거래소가 별도로 전달받은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 고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래소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가 이용자에게 어떤 형태의 거래내역과 손익 계산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지, 해외 거래소 거래분과 국내 거래내역을 어떻게 연결할지 등은 국세청 고시와 후속 지침이 공개된 뒤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과세 시행 여부보다 투자자와 거래소가 실제 신고에 활용할 수 있는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7년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더라도 거래기록 관리와 취득가액 산정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와 거래소 모두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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