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안도걸 의원 주최∙∙∙류홍렬 대표, 신희진 이사 발제
“기관투자자∙법인 참여, 디지털자산 생태계 활성화 중요한 출발점”
“제한적 허용, 통제 유효성 검증으로 시장 확대해야”
디지털자산 시장은 개인 중심의 투자 시장을 넘어 법인과 기관투자자가 함께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법인의 시장 참여는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를 중심의 거래 비중을 높여 시장의 안정성 제고, 유동성 확대,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에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과세 시행으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기관투자자와 법인의 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는 제도 정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안도걸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KORFIN)와 디지털금융범죄연구소, 비댁스가 주관한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산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가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기관투자자 시대, 신뢰받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 컨퍼런스에는 비댁스 류홍열 대표와 교보증권 신희진 이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안도걸 의원은 “기관투자자와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는 디지털자산 운용업, 토큰증권(STO), 실물자산 토큰화(RWA),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결제∙정산 등 다양한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만큼,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학술 컨퍼런스가 법인시장 개방과 건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뜻 깊은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류홍열 대표는 ‘디지털자산 법인시장 개방의 의의와 커스터디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하며 “법인 참여는 개인 중심의 디지털자산 시장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 개방과 함께 커스터디를 핵심 금융 인프라로 제도화하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레거시 금융이 지켜온 세 가지 원칙으로 △자산분리 △신탁의무 △도산 격리를 꼽았다. 이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만 법인과 기관 자금이 안심하고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다. 또 과거 FTX 파산, 마운드곡스의 대규모 해킹, 셀시우스의 파산∙사기 등 디지털자산 시장의 실패를 언급하며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내부 통제가 미흡했던 것이 대형 사고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독립적인 제3자 커스터디를 통한 고객 자산보호가 기관시장 확대의 전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커스터디는 단순한 보관업에서 금융 핵심 인프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초기 커스터디는 코드월렛을 기반으로 자산을 보관하는 전통적인 기능을 했다. 이후 기관 간 자산 이전∙정산으로 거래 후속 처리 인프라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수익 창출형 수탁서비스로 스테이킹∙토큰화로 영역을 확장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커스터디 사업자가 은행이나 신탁회사 수준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류 대표는 “라이선스 경쟁은 단순히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ASP) 등록을 넘어 신탁∙은행권 확장으로 수렴하고 있다”며 “커스터디가 ‘금융업’으로 재분류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세 차례 유예 끝에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서는 “거래소에만 의존하는 인프라 구조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충분히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밝히며, 거래소뿐만 아니라 커스터디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이중 검증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거래소와 커스터디가 각각 보유한 거래∙보관 정보를 교차 검증해야 과세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는 거래소와 커스터디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규제 공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커스터디는 단순히 권장사항이 아니라 고객 자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금융 인프라로 규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커스터디 역할과 규율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법인 시장 개방과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희진 이사는 ‘기관투자자 시대의 디지털자산 신뢰 인프라 구축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한국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신뢰 인프라란 무엇인가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등 다섯 가지 질문을 던졌다.
먼저 한국은 기관투자자 시대에 진입한 게 아니라 이 시대를 준비하는 전환기에 있다. 개인 중심의 거래 시장에서 이용자보호 중심 1단계 법제를 거쳐 제한적 법인 시장 개방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일례로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위원회에서도 거래소 내부통제기준, 전산 보안기준, 무과실 손해배상책임 등 안전장치 도입 필요성을 논의한 바 있다.
신 이사는 “법인 계좌를 허용하는 것은 ‘접근(Access)’의 문제일 뿐, 기관투자자 시장은 투자와 감사, 책임까지 포함한 ‘신뢰(Trust)’가 구축돼야 비로소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또 개인투자자와 법인 투자는 근본적으로 책임 범위가 다르다. 개인투자자는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투자하며, 법인과 기관투자자는 주주 채권과 고객∙임직원에 대한 책임 부담이 있다. 즉, 제도의 핵심 역시 ‘무엇을 허용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신 이사는 “기관투자자의 신뢰는 자산 가격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투자를 결정∙집행∙감시하는 절차에 대한 믿음”이라며 “투자 대상과 자산 관리, 내부 통제, 책임 체계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기관은 △투자 대상 △투자 의사결정 △거래∙가격 △보관∙자산관리 △자금흐름∙컴플라이언스 △사고대응∙책임 등 여섯 개의 신뢰 축이 연결될 때 투자를 결정한다. 이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기관 투자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 이사는 “자산의 법적 성격과 유동성을 검증하고 공정한 가격 형성과 시세조종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자산 분리와 다중 승인, 온체인 모니터링, 보험 및 손해배상 체계도 신뢰 인프라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투자 가능 법인은 규모보다 위험을 감당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는 “평가할 수 없는 자산은 기관이 보유할 수 없고, 감사할 수 없는 자산은 제도권 금융자산이 될 수 없다”며 객관적인 평가와 내부통제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이사는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 실증부터 공통 내부통제와 거래∙보관 분리 체계를 마련을 제안했다. 이후 참여 주체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토큰증권(ST)과 스테이블코인 등 전통 금융과의 연결을 추진하는 5단계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는 “기관투자자 시대는 법인 계좌가 열리는 날이 아니라 누가 투자하고 보관∙감시하는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가 명확해질 때 시작된다”며 “제한적 허용과 통제 유효성 검증 후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한국형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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