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가상자산 투자 검토 대상서 제외”

“FTX 몰락, 가상자산 시장 취약한 신뢰도 확인” 분석
AI 또는 블록체인 인프라 등 안정적∙보수적 투자 전략 내세워
싱가포르 금융당국,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안정성 제고 위한 규제 개선
“싱가포르 규제 강화 따른 시장 위축” 우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글로벌 인베스트먼트가 가상자산 투자에 여전히 망설이는 모양새다. FTX 몰락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한 신뢰도를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테마섹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는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인프라 등 안정적인 분야로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내세웠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해 가상자산 허브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가상자산 직접 투자 계획, 전혀 없다” 이유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글로벌 인베스트먼트가 가상자산 직접 투자를 여전히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CNBC에 따르면 테마섹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이하 테마섹) 나기 하미예 대표는 가상자산 분야의 규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가상자산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다양한 규제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미예 대표는 과거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막대한 손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2년 테마섹이 투자한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테마섹은 2억7500만 달러의 자산 상각을 경험했다. 당시 로렌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이번 손실로 싱가포르의 명성에 금이 갔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테마섹은 기술이 실물 경제에 미칠 잠재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 블록체인 기술 및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테마섹의 장기투자 테마는 AI의 물리적 구현, 즉, 자동화, 로봇 공학, 산업 공정 최적화다. 테마섹은 2025년 3월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의 6%를 AI 관련 자산에 배분했으며, 2031년까지 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미예 대표는 “AI 투자 사이클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수십 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인프라 및 데이터 센터를 포함한 AI 가치 사슬을 전반에 걸쳐 투자 중”이라며 “장기 계약 신용 등급이 높은 거래 상대방과에 대한 계약 위험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FTX 파산으로 가상자산 규제 강화

이처럼 테마섹이 가상자산 투자에 몸을 사리는 이유는 과거 대규모 투자 손실 경험과 국가 차원의 규제 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싱가포르는 홍콩, 두바이와 함께 블록체인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규제당국인 통화청(MAS)은 지난 2017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규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가상자산을 빠르게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등 퍼스트무버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2020년 1월에는 ‘지급서비스법’(PSA) 발효를 통해 가상자산 규제 체계를 구축하며 규제 불확실성을 없앴다. 특히 낮은 법인세율 등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 국민의 높은 구매력을 기반으로 한 원활한 유동성 확보 등을 이유로 ‘크립토 파라다이스’라고 불렸고, 전 세계 블록체인 기업이 본격적으로 싱가포르 시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2년 FTX 사태 전∙후로 싱가포르 정책 방향이 달라졌다는 게 국내∙외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업계의 시각이다.

테마섹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FTX에 2억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2022년 FTX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법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테마섹은 하루아침에 2억7500만 달러를 잃었다. 이를 계기로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산업 장려 정책 중심에서 투명하면서도 안전한 제도적 틀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시키면서도 가상자산 투자는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마련했다”며 “느슨한 규제 체계를 통한 시장 활성화가 아닌, 명확하면서도 강력한 규제 체계, 포괄적인 위험관리로 가상자산 허브로서 실질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DTSP 제도로 규제 강화∙∙∙시장 이탈 등 위축 우려

한편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외 기업의 싱가포르 이탈 가능성과 시장 유동성 감소 등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2022년 가상자산 규제를 한층 강화한 금융시장서비스법(FSMA)을 통과시켰고, 이를 근거로 2025년 6월 30일부터 디지털토른서비스제공자(DTSP)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기업이 주로 접했던 PSA에 따른 디지털결제토큰 라이선스와 규제 대상이 다른 데다 DTSP 취득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시행 전에는 PSA에 따라 디지털결제토큰 또는 자본시장상품 토큰 관련 서비스가 제공됐지만, 역외 고객만을 대상으로 디지털토큰서비스를 제공하려면 DTSP가 적용된다. 또 △최소자본금 25만 싱가포르달러 △ 신청수수료 1500싱가포르달러 △연간 라이선스 수수료 1만 싱가포르달러 △싱가포르 거주 책임자 지정 필수 △주요 임원 선임 시 MAS 사전 승인 필요 △연1회 감사보고서 제출 △ 기술리스크 관리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상자산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법인 설립 후 라이선스 신청’이라는 절차 자체는 가능하지만, 실제 승인 가능성은 사업 모델과 소명 자료의 완성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법인 설립을 진행한다면 사업 개시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라이선스 자체가 거절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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