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 “전통금융이 원하는 건 디파이 아닌 블록체인”

비용 절감·정산 효율 앞세워 원자적 결제·토큰화 담보 등 선택적 도입
JP모건 키시스·스위프트 공동 원장 등 기관용 블록체인 확산
“기관용 인프라와 오픈 디파이는 별개 시장…같은 결제 기반에서 상호 보완”

▲전통금융(TradFi)은 디파이 자체보다 결제 효율과 비용 절감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선택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챗GPT)
▲전통금융(TradFi)은 디파이 자체보다 결제 효율과 비용 절감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선택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챗GPT)

글로벌 벤처캐피털 a16z의 가상자산 투자 부문인 a16z 크립토가 전통금융(TradFi)은 탈중앙화금융(DeFi) 자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선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16z 크립토는 14일(현지시간) 공개한 '전통금융은 디파이를 원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원한다(TradFi doesn't want DeFi. It wants blockchains.)' 보고서를 통해 “전통금융기관의 블록체인 채택은 탈중앙화에 대한 신념이 아니라 비용 구조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탈중앙화보다 비용·효율…기관 맞춤형으로 블록체인 재설계

보고서는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이유로 결제와 거래의 최종 처리 속도 개선, 중개·대사 비용 절감,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 고객 관계 강화 등을 꼽았다. 기관이 디파이와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에 도움이 되는 디파이 기술 일부를 선택하고, 규제와 내부 통제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16z는 이 같은 금융 인프라를 ‘프로그래머블 금융 인프라(Programmable Financial Infrastructure)’로 정의했다. 디파이에서 개발된 원자적 결제, 프로그래머블 머니, 토큰화 담보, 자동화된 가격 결정 등의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제재 대상자 심사와 거래 통제 기능을 유지하는 구조다.

특히 기관들은 거래와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원자적 결제를 통해 거래상대방 위험과 담보 부담을 줄이고, 공동 원장을 통해 금융기관 간 거래 기록을 대조하는 업무를 축소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자 지급과 마진콜, 기업행위 등도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다.

반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무허가성, 가명성, 불변적 실행 구조 등 디파이의 특성은 기관의 통제·책임 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정 기술의 가치가 기관의 통제권을 제거하는 데서만 발생한다면 실제 도입 과정에서 재설계되거나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자산도 ‘실용성’ 중심으로 확산

이 같은 평가는 a16z가 이전부터 제시해온 기관용 블록체인 전망과도 이어진다. a16z 크립토는 지난해 8월에도 블록체인이 은행과 자산운용사, 핀테크 기업의 핵심 금융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비용 절감과 신규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5월에도 a16z는 월가가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배경으로 탈중앙화 이념보다 금융기관 간 조정과 거래 기록 대사 문제의 해결, 기존 후선 업무 시스템의 개선을 꼽았다. 전통금융이 블록체인을 실용성과 운영 효율의 관점에서 채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 키네시스, 누적 거래액 3조달러 돌파

실제 전통금융권의 최근 행보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JP모건은 블록체인 사업 부문 ‘키네시스(Kinexys)’를 통해 프로그래머블 결제와 자산 토큰화, 상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키네시스는 출범 이후 누적 3조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으며 하루 평균 처리 규모는 50억달러를 넘어섰다.

▲JP모건의 블록체인 플랫폼 '키네시스(Kinexys)'. 기관 대상 프로그래머블 결제와 토큰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JP Morgan)
▲JP모건의 블록체인 플랫폼 '키네시스(Kinexys)'. 기관 대상 프로그래머블 결제와 토큰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JP Morgan)

JP모건의 예금토큰 ‘JPM 코인’은 기관의 국경 간 지급, 일중 유동성 이전, 증권거래 담보 제공과 자동 결제에 활용된다. 거래 기록에는 블록체인을 사용하지만 승인된 거래상대방만 참여할 수 있으며, JP모건의 기존 컴플라이언스와 위험관리 체계 안에서 운영된다.

키네시스는 지난달 호주달러와 홍콩달러, 엔화, 위안화, 싱가포르달러 기반 블록체인 예금계좌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총 8개 통화에서 24시간 결제와 온체인 외환거래, 프로그래머블 자금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스위프트도 17개 은행과 블록체인 공동 원장 실험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도 기존 금융망을 대체하기보다 블록체인을 기존 시스템에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지난 9일 블록체인 기반 공동 원장이 초기 사용이 가능한 단계에 들어섰으며, 6개 대륙의 17개 은행이 토큰화 예금을 활용한 24시간 국경 간 결제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위프트(SWIFT)의 블록체인 기반 공동 원장과 토큰화 예금을 활용한 국경 간 결제 구조를 형상화한 이미지. 스위프트는 6개 대륙 17개 은행과 24시간 국경 간 결제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챗GPT)
▲스위프트(SWIFT)의 블록체인 기반 공동 원장과 토큰화 예금을 활용한 국경 간 결제 구조를 형상화한 이미지. 스위프트는 6개 대륙 17개 은행과 24시간 국경 간 결제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챗GPT)

스위프트는 해당 시스템을 기존 금융기관의 컴플라이언스 절차와 결제 표준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토큰화 예금을 기존 은행 예금의 규제·유동성 체계를 유지하면서 프로그래밍 가능한 형태로 확장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는 디파이로 은행을 이전하기보다 기존 은행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블록체인으로 개선하는 사례에 가깝다.

블랙록도 토큰화를 장기 금융 인프라로 주목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연례서한에서 자사의 토큰화 국채 펀드가 세계 최대 규모의 토큰화 펀드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토큰화를 기존 금융자산을 디지털 환경에서 발행·유통하고 투자자가 해당 생태계 안에서 자산을 운용하도록 하는 장기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기관용 블록체인·오픈 디파이, 서로 다른 시장이지만 상호 보완

다만 a16z는 기관용 블록체인과 개방형 디파이를 하나의 시장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관용 사업은 규제 준수와 조달 절차, 위험 통제, 긴 영업 주기를 이해해야 하는 반면, 오픈 네트워크 사업은 개발자와 유동성, 결합 가능성, 네트워크 효과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업 단위에서는 두 시장을 동시에 추구하기보다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파이에서 높은 이용량을 확보했다고 해서 기관 시장에서도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관 수요에 맞춰 처음부터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한 사례로는 기관용 블록체인 네트워크 캔톤(Canton)을, 기존 디파이 기술을 기관에 맞게 제공한 사례로는 대출 프로토콜 모포(Morpho)를 제시했다.

모포에서는 아폴로의 토큰화 사모신용펀드 ‘ACRED’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릴 수 있다. 기존 디파이 대출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토큰화 펀드와 기관용 상품 구조를 결합한 사례다. ACRED는 현재 이더리움과 폴리곤, OP메인넷에서 모포의 담보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관은 상용화, 오픈 네트워크는 혁신”

a16z는 기관용 금융 인프라와 오픈 디파이가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기관 시장은 검증된 기술을 상용화하고 자본과 거래량을 온체인으로 유입시키는 반면, 오픈 네트워크는 새로운 금융 구조와 기술을 실험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a16z 크립토는 “기관들이 현재 채택하는 혁신은 은행이나 기존 금융 인프라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개방형 네트워크에서 등장했다”며 “허가형 금융 인프라는 개방형 네트워크에서 검증된 기술을 채택하는 후속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금융은 디파이를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업 모델에 맞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개발자와 기업은 모든 시장을 동시에 쫓기보다 기관과 오픈 네트워크 가운데 누구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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