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제도화 눈앞인데…1세대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 정리 수순

카사, 신규 공모 중단…기존 자산 정리 막바지
인가 공백에 사업 제약…“대신증권 STO 전략 변화와는 별개”
유통은 장외거래소 중심 재편…과제는 발행 생태계 유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출처=카사코리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출처=카사코리아)

국내 첫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가 신규 사업을 중단하고 기존 투자자산 정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제도권 편입을 준비하던 1세대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면서 발행 생태계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사, 신규 공모 중단…상암235빌딩 매각투표까지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 계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는 현재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기존 투자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카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지난 18일 ‘상암235빌딩 매각투표 시작 안내’가 게시됐고, 22일에는 ‘상암235빌딩 매각투표 결과 안내’와 ‘카사 앱 라운지 서비스 종료 안내’가 올라왔다. 앞서 카사는 ‘그레인바운더리빌딩 정리매매 개시 안내’, ‘북촌 월하재 정리매매 개시 안내’ 등 기존 자산 매각 관련 공지를 잇따라 올렸다.

카사 빌딩 정보 페이지에 따르면 북촌 월하재는 공모금액 9억8000만원, 매각금액 11억2000만원으로 지난 17일 매각이 완료됐다. 그레인바운더리빌딩도 지난 5월 12일 매각이 완료됐으며, 공모금액 21억원 대비 매각금액은 21억1000만원으로 표시됐다. 마지막 잔여 자산으로 거론돼 온 상암235빌딩 역시 매각투표 결과 참여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 중 98%가 찬성하면서 매각 절차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카사의 기존 투자자산 정리는 막바지에 접어든 모습이다.

▲카사코리아는 상암235빌딩 매각투표 결과 참여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 중 98%가 찬성했다고 공지했다. (출처=카사코리아)
▲카사코리아는 상암235빌딩 매각투표 결과 참여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 중 98%가 찬성했다고 공지했다. (출처=카사코리아)

카사코리아는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국내 첫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상업용 부동산을 신탁한 뒤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가 이를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선보이며 국내 조각투자 시장을 연 대표 사업자로 꼽혔다. 대신증권은 2023년 카사코리아를 인수하며 STO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인가 공백에 사업 제약…“대신증권 STO 전략 변화와는 별개”

그러나 토큰증권 제도화 지연과 인가 부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겹치면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카사코리아는 2019년 12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약 5년 6개월간 특례를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카사의 혁신금융서비스 사업 종료 예정일은 2025년 6월 17일이었으며, 이후 관련 인가를 신청하면서 인가 취득 전까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지위는 유지됐다.

다만 아직 인가를 취득하지 못하면서 신규 공모 등 사업 운영에는 제약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종료 이후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등 별도 인가 체계로 편입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 내부통제, 투자자 보호, 자금조달 계획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해 중소 발행 플랫폼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 측은 카사코리아의 자산 정리 배경과 관련해 혁신금융서비스 종료 이후 관련 인가를 신청한 상태지만, 아직 인가를 취득하지 못해 사업 운영에 제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그 외 사업 판단은 다양한 시장·제도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상암235빌딩 매각 이후 플랫폼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 측은 “상암235빌딩 매각 이후 운용 자산 및 플랫폼 운영 계획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향후 사업 방향은 관련 규제와 사업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자산 매각을 대신증권의 STO 사업 전략 변화로 확대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이번 자산 매각은 카사코리아의 기존 투자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며 “대신증권의 STO 사업 전략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해 해석하기보다는 카사 플랫폼 차원의 사업 운영 및 자산 관리 차원으로 봐주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펀블은 운영 종료, 루센트블록은 발행 인가로 활로 모색

카사와 함께 1세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꼽히는 펀블도 지난 4월 28일 플랫폼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펀블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종료 후 신설 법령 제도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취득하지 못했고, 같은 달 30일 거래 플랫폼 운영, 5월 14일 앱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존 투자자산은 공매 절차를 거쳐 처분되며, 투자자 자산은 계좌관리기관인 SK증권을 통해 조회·출금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모든 1세대 조각투자 사업자가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발행 인가 절차를 통해 기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대상으로 NXT컨소시엄과 KDX를 선정했고, 루센트블록은 예비인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융위는 루센트블록이 조각투자 발행 인가를 신청할 경우 샌드박스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며 일정 기간 기존 영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결과. NXT컨소시엄과 KDX가 예비인가 대상에 선정됐고, 루센트블록은 제외됐다. (출처=금융위윈회)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결과. NXT컨소시엄과 KDX가 예비인가 대상에 선정됐고, 루센트블록은 제외됐다. (출처=금융위윈회)

유통은 장외거래소 중심 재편…NXT·KDX 본인가 준비

유통 인프라는 대형 금융회사와 거래소형 컨소시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 NXT컨소시엄(넥스트레이드 주도 컨소시엄)과 KDX(키움증권·교보생명·카카오페이증권 공동 최대주주 컨소시엄)를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했다. 두 컨소시엄은 예비인가 후 6개월 이내에 출자승인과 본인가를 신청해야 하며, 본인가가 최종 승인되면 조각투자 수익증권 유통시장을 열 수 있다. 이에 따라 8월 중순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출범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NXT컨소시엄의 본인가 절차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됐다. 넥스트레이드는 루센트블록이 제기한 기술 부당이용 및 사업활동 방해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NXT컨소시엄은 가칭 ‘넥스체인지’ 설립과 출자 승인, 전문인력 확보, 거래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올해 4분기 시장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발행 플랫폼이 발행과 유통을 함께 맡던 구조에서, 제도권 진입 이후에는 발행과 유통의 역할이 분리되고 유통 주도권은 인가받은 장외거래소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연말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개설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토큰증권 관련 법령의 본격 시행은 2027년 초로 예정돼 있지만, 제도 시행 전 과도기부터 발행 플랫폼과 유통 인프라 간 역할 재편이 먼저 진행되는 양상이다.

토큰증권 제도화는 이미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토큰증권 도입과 투자계약증권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을 증권 발행·유통 정보 관리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사 중개와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2027년 2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조각투자 수익증권 유통시장은 법 시행 전부터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NXT컨소시엄과 KDX가 본인가 절차를 준비하는 가운데, 카사와 펀블 등 1세대 플랫폼의 이탈은 STO 시장의 과제가 단순한 법제화에서 발행 생태계 유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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