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음악·MMF까지 토큰화⋯, 장벽은 따로 있다

“PoC는 많지만 2년 차로 이어지는 실거래는 드물어”
“와인·음악 IP·MMF 사례 모두 기술보다 수탁·실사·유통 구조가 관건”
“한국, RWA 퍼스트무버 기회 열려…규제 시행 이후 실행 속도가 승부”

▲CK 옹 SBI디지털마켓 CEO가 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 ‘와인, 음악부터 MMF까지: 글로벌 RWA 상용화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CK 옹 SBI디지털마켓 CEO가 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 ‘와인, 음악부터 MMF까지: 글로벌 RWA 상용화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가 개념증명(PoC)을 넘어 상용화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토큰 발행보다 규제, 수탁, 유통, 상업 모델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CK 옹 SBI디지털마켓 CEO는 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 ‘와인, 음악부터 MMF까지: 글로벌 RWA 상용화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 많은 PoC와 파일럿 거래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2년 차로 이어지지 못한다”며 “토큰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자산을 토큰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K 옹 CEO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약 20년간 전략, 운영, 리스크 관리 분야를 경험한 금융 전문가다. 그는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서 토큰화 채권, 사모신용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고급 와인 등 다양한 RWA 거래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용화 과정의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한국과 같은 선진국은 금융 인프라와 결제 시스템이 매우 효율적으로 구축돼 있지만, 국경 간 거래로 넘어가면 자본 통제, 환거래 은행, 결제 지연, 증권 규제 등으로 마찰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상용화를 깊이 살펴보면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블록체인만으로는 부족…국경 간 거래 마찰 여전”

CK 옹 CEO는 RWA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수십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라는 전망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누군가가 실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모든 수치는 의미가 없다”며 “증권 업계에서는 모든 거래가 회계 처리되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큰화 채권 사례를 들어 유동성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CK 옹 CEO는 “토큰화된 채권을 보유한 트레이더가 매일 언제 매도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토큰화된 버전에서는 매도할 시장이 없었다”며 “결국 다시 전통적인 채권으로 전환한 뒤에야 매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 이후 투자자 신뢰 확보와 유통 시장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와인·음악 IP·MMF로 본 RWA 상용화 과제

발표에서 그는 SBI디지털마켓이 진행한 고급 와인, 음악 IP, MMF 사례를 소개했다. 고급 와인 토큰화의 경우 핵심은 블록체인 자체가 아니라 실제 와인이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독립 수탁기관과 창고, 보험, 인증, 담보 대리인이 존재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신뢰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결국 투자자에게 자산이 안전하게 담보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 IP에 대해서는 로열티 권리 관리 측면에서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콘텐츠 IP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평가 체계가 충분히 자리 잡지 않아 투자자와 유통 파트너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콘텐츠 IP 자산을 평가하기 위해 많은 교육과 실사가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금융 개념인 현금흐름, 담보, 수탁, 저작권 질권 설정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MMF 토큰화에 대해서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상품 중 하나로 평가했다. 그는 “전통적인 MMF도 매일 환매할 수 있지만 실제 자금 회수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토큰화된 MMF는 즉각적인 상환이 가능할 경우 담보 활용, 프로토콜 예치, 스테이블코인 투자자 대상 수익 상품 등 다양한 사용 사례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마다 전문투자자 분류 기준이 달라 국경 간 판매와 온보딩 구조가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RWA 상용화 조건은 ‘신뢰도 스택’

CK 옹 CEO는 RWA 상용화를 위해 네 가지 요소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신뢰도 스택’이라고 표현하며 △명확한 규제 △기관 수준의 인프라와 커스터디 △국경 간 유통 구조 △참여자들이 수익을 나눌 수 있는 상업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은 더 이상 가장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스마트컨트랙트 발행, 감사, 크로스체인, 멀티체인 민팅은 이미 가능하고 대형 기관들도 시장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토큰화된 상품이 전통 상품보다 비싸다면 투자자가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모든 당사자 간에 지속 가능한 상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밝혔다.

아시아 규제 경쟁 본격화…한국 성장 가능성도 주목

아시아 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일본, 홍콩이 규제와 상용화 측면에서 앞서 있으며, 태국도 디지털자산과 증권 양쪽에서 확립된 규제 체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빠르게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CK 옹 CEO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정교한 리테일 기반을 갖춘 시장이며 전체 경제가 디지털화되고 있다”며 “규제안이 시행된 이후에는 한국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퍼스트 무버 기회 열려…관건은 실행 속도”

그는 “스테이블코인만 단독으로 발행하는 것은 RWA를 기반으로 온체인에 올리지 않는 이상 큰 가치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국경 간 거래에서는 그 가치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열려 있지만 영원히 기다려주지는 않는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빠르게 실행하느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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