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퀴드 생태계, 지수·원자재까지 품으며 온체인 파생시장 확장
주식 토큰화 확산에 전통 금융권은 유동성·수익 파편화 우려 부상

프리IPO까지 넓어진 가상자산 거래소 경쟁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넘어 미국 주식과 미상장 기업까지 거래 자산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를 기초자산으로 한 프리IPO(Pre-IPO) 상품까지 등장하며,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의 경계가 더욱 흐려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규제 환경 변화 기대와도 맞물려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22일 발간한 보고서 「주식 토큰화, 기존 전통 금융 거래소에서는 무엇을 잃는가?」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 승인 없이도 제3자가 상장 주식을 토큰화할 수 있는 ‘혁신 면제’ 프레임워크를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주주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단순 합성 주식 토큰에는 적용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기존 프리IPO 투자는 일반 개인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비상장 기업 주식은 주로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기관투자자,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거래됐고, 일부 전문 중개 플랫폼이나 장외거래를 통해 제한적으로 유통됐다. 투자 단위가 크고 유동성이 낮은 데다, 기업 정보 접근성도 상장 주식보다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SpaceX 가격 발견, 크립토 시장으로 이동
22일 업계에 따르면 Binance와 Bitget 등 중앙화 거래소(CEX)는 최근 스페이스X 상장 전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한 ‘SPCX’ 계열 프리IPO 상품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상품들은 무기한 선물 구조로 운영되며, 일부 거래소에서는 최대 20배 수준의 레버리지 거래도 지원한다.
다만 이 상품들은 실제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는 아니다. 의결권이나 배당권이 있는 주식을 제공하는 대신, 상장 전 기업가치 변동에 대한 가격 노출을 제공하는 합성 파생상품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관·고액자산가 중심이던 프리IPO 시장의 가격 발견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이퍼리퀴드, 온체인 파생시장 확장 사례로 부상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Perp DEX) 생태계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하이퍼리퀴드의 HIP-3 구조 기반 시장 배포자인 Trade.xyz는 최근 스페이스X 프리IPO 무기한 선물을 출시했다. 초기 기준가는 150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200달러를 웃돌며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기업가치를 2조 달러 이상으로 반영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실제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에서는 크립토 외 자산 거래 비중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거래량 기준 상위 시장에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외에도 S&P500 지수(SP500), 은(SILVER), 브렌트유(BRENTOIL) 등이 포함됐다. 이들 전통 자산 기반 시장은 Trade.xyz 등 제3자 배포자가 HIP-3 구조를 통해 올린 무기한 선물 시장으로, 주문 체결과 증거금·청산은 하이퍼리퀴드 인프라에서 처리된다. 일부 시장은 수억 달러 규모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과 거래량을 기록하며 크립토 외 자산 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번 흐름의 대표 수혜 사례로 꼽힌다. 자체 토큰 HYPE는 코인마켓캡 기준 지난해 9월 18일 59.39달러로 당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이달 21일 61.86~62.18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시장에서는 하이퍼리퀴드가 단순 크립토 파생상품 거래소를 넘어 전통 자산과 미상장 기업 가치까지 다루는 ‘온체인 글로벌 파생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토큰화 경쟁, 글로벌 거래소로 확산
주식 토큰화 경쟁도 동시에 확대되는 분위기다. Kraken은 xStocks를 통해 애플·엔비디아·테슬라·S&P500 ETF 등 미국 주식 기반 토큰 거래를 지원하고 있으며, Bybit 역시 토큰화 주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Robinhood도 유럽 시장에서 미국 주식·ETF 토큰 거래 지원에 나선 상태다.
전통 금융권의 과제, 유동성과 수익 파편화
다만 주식 토큰화 확산은 기존 금융시장에 새로운 과제도 던지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주식 토큰화가 확산될 경우 기존 거래소에 집중됐던 거래대금과 주문이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분산되는 ‘유동성의 파편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또 기존 거래소와 금융기관이 독점하던 거래 수수료와 중개 수익이 외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수익의 파편화’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순 이벤트성 상품 출시를 넘어 거래소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가 비트코인·알트코인 중심 플랫폼이었다면, 앞으로는 미국 주식·ETF·원자재·미상장 기업 가치까지 거래하는 종합 글로벌 자산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존 금융기관과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토큰화 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할지, 외부 플랫폼으로 빠져나가는 유동성을 통제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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