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코인베이스·써틱, 실제 서비스명 내건 AI 경쟁 본격화
유행 넘어 생존 전략으로…에이전트 시대 대비 나선 크립토 업계

암호화폐 기업들이 거래소, 보안, 결제 인프라, 리서치·분석 등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AI가 마케팅 문구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Bitget), 블록체인 보안업체 써틱(CertiK) 등 기존 사업 기반을 갖춘 기업들이 실제 서비스명을 내건 AI 기능을 선보이며 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타이거리서치가 17일 발간한 보고서 ‘암호화폐 기업들은 어떤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기업들은 사업 분야에 맞춰 AI 도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 기업들의 AI 서비스 현황을 리서치·분석, 트레이딩, 보안, 결제 인프라로 구분해 제시했다.
리서치·트레이딩·보안·결제까지…암호화폐 기업들 AI 적용 확대
리서치·분석 분야에서는 크립토 리서치 플랫폼 서프(Surf)의 ‘Surf AI’와 가상자산 데이터·리서치 업체 메사리(Messari)의 ‘Messari AI’가 대표 사례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Surf AI는 크립토 전용 AI 모델을 자체 개발한 서비스이며, Messari AI는 170TB 규모의 크립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일반 목적 AI가 크립토 특화 정보에서 오류를 내는 경우가 잦은 만큼, 업계에서는 이처럼 특정 산업에 맞춘 전용 AI 리서치 도구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레이딩 분야에서는 거래소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는 ‘GetClaw’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시세 조회, 주문 실행, 포지션 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는 ‘x402’를 통해 60개 이상 체인과 500개 이상 탈중앙화거래소(DEX) 환경에서 에이전트가 자연어 기반으로 트레이딩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Bitget)은 ‘lobster.cash’를 활용해 텔레그램과 디스코드에서 별도 설치 없이 작동하는 AI 트레이딩 에이전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자연어 인터페이스 확산…비개발자도 AI 에이전트 활용
이는 기존 API 중심 거래 환경이 자연어 기반 인터페이스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직접 API를 붙여 자동매매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면, 이제는 비개발자도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거래 기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 내 체류를 유도할 수 있는 자체 AI 경험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감사 효율 높이고 사각지대 메우는 보안 AI
보안 분야에서도 AI 활용은 본격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블록체인 보안업체 써틱(CertiK)의 ‘Skynet’을 사례로 제시했다. Skynet은 AI 기반 자동 코드 리뷰 기능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 점검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전통적인 스마트 컨트랙트 감사가 인력이 코드를 직접 검토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AI가 먼저 취약점 탐지와 1차 리뷰를 수행하고 사람이 이를 정밀 검토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감사 속도와 커버리지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수작업 감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에이전트 경제 겨냥한 결제 인프라 실험도 진행
결제 인프라 부문에서는 AI 에이전트 경제를 겨냥한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x402’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HTTP 요청만으로 온체인 결제를 자동으로 완료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웹3 결제 인프라 기업 크로스민트(Crossmint)는 ‘lobster.cash’와 함께 OpenClaw 에이전트 전용 결제 플러그인 사례로 분류됐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API 사용료를 내거나 데이터를 구매하는 등 경제 활동을 수행할 때, 온체인 지갑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인프라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행 넘어 생존 전략으로…실사용성은 여전히 과제
이 같은 흐름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단순히 AI 유행을 좇고 있다기보다, AI 환경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AI 산업은 빠르게 고도화됐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그동안 AI를 내러티브 차원에서 소비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 도구 호출, 자연어 인터페이스, 에이전트 구축 도구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관련 인프라를 실제 사업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기능을 도입하는 것과 실제 사용성이 검증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트레이딩 자동화나 에이전트 결제처럼 실제 자산 이동과 연결되는 서비스는 이용자 신뢰와 책임 문제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고서에 등장한 Surf AI, Messari AI, GetClaw, x402, lobster.cash, Skynet 등은 암호화폐 기업들의 AI 도입이 개별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 구체적 서비스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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