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투자자도 디지털 금으로 보지 않는다”…3대 비대칭 진단
“안전성은 부족, 유용성은 작동”…‘넥스트 골드’ 조건은 비대칭 축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 직후 금값은 상승한 반면 비트코인은 장중 6만 3000달러선까지 급락하며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디지털 금’(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가 3일 발표한 보고서 ‘이란 공습에 급락한 비트코인, 아직도 ‘디지털 금’이라 부를 수 있는가?’에 따르면 지정학적 충격 5개 사례(보고서에서는 이란-이스라엘 교전 국면을 2개로 구분해 ‘6차례’로 표현)를 점검한 결과 “금은 위기마다 상승했지만 비트코인은 반복적으로 급락했고, ‘디지털 금’ 내러티브는 단 한 번도 데이터로 증명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사건, 정반대 반응”…회복해도 낙폭은 더 깊어
보고서에 따르면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Operation Epic Fury’) 보도 직후 비트코인은 급락했다가 하루 만에 되돌리는 흐름을 보였지만, 레버리지 포지션 강제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낙폭 자체가 커진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또 이란-이스라엘 교전 당시 장중 하락률을 -9.3%로 제시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도 -7.6% 하락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국가도 투자자도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애초 ‘디지털 금’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들었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 제목이 ‘P2P 전자현금 시스템’인 만큼 출발점이 가치 저장이 아닌 전송 수단이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금’ 내러티브는 2020년 제로금리·양적완화 국면에서 화폐가치 하락 우려와 함께 확산됐지만, 현실에서는 국가와 투자자 모두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가 측면에서는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지속해온 반면 비트코인을 본격적인 준비자산으로 편입한 주요 중앙은행은 없다고 짚었다. 미국이 2025년 3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행정명령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언급했지만, 신규 매입이 아니라 형사·민사 자산몰수 절차에서 최종 몰수돼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압수·몰수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측면에서는 2025년 하반기를 ‘결정적 분기점’으로 꼽았다. 나스닥1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비트코인이 10월 고점(12만 5000달러)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디커플링이 아니라 “주식이 빠질 때는 같이 빠지면서, 주식이 오를 때는 같이 오르지 못하는 비대칭”이 문제라고 결론냈다.
“안전자산은 위기 때 ‘예측 가능한’ 자산”…비트코인 3대 비대칭 지적
보고서는 안전자산을 “다른 자산이 극단적으로 하락할 때 상관관계가 0 또는 음(-)인 자산”으로 정의하며 핵심은 위기 때 예측 가능하게 반응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 기준에서 금은 요건을 충족하지만 비트코인은 공급 제한만 확실하고 유동성은 조건부이며, 나머지 요건은 미충족이라고 봤다.

원인으로는 ▲시장 구조의 비대칭(파생 거래가 현물 대비 과도하고 24시간 거래로 위기 시 우선 매도 대상) ▲참여자 구성의 비대칭(금은 중앙은행·연기금·국부펀드 등 인내자본이 위기 때 매수, 비트코인은 레버리지 트레이더·헤지펀드 비중이 커 이탈) ▲행동 축적의 비대칭(금의 ‘위기 시 매수’는 수십 년간 축적된 공식, 비트코인은 반복 기록 부족)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안전성은 부족하지만 유용성은 작동”…위기에서 ‘전송 자산’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라 부르기 어렵지만, 국경이 막히고 은행이 멈춘 환경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위기 시 유용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에서 송금 제한과 ATM 인출 한도로 예금 접근이 어려워지자 일부 난민이 시드 문구를 휴대해 국경을 넘고 현지에서 P2P·ATM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블록체인 기반 지급 실험과, 이번 공습 국면에서도 이란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노비텍스(Nobitex)에서 공습 직후 외부 유출(출금) 규모가 700% 급증했다는 블록체인 거래 추적·자금세탁방지(AML) 컴플라이언스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의 데이터를 함께 제시하며 “가격 방어가 아니라 ‘쓸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되는 자산’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넥스트 골드 조건은 3대 비대칭 축소”…전환이 관건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넥스트 골드’가 되려면 3대 비대칭이 좁혀져야 한다고 봤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선물 미결제약정(OI) 감소와 함께 가격 결정력이 현물·ETF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는지, 다음 상승장에서 레버리지가 재차 쌓이지 않는지가 시험대라고 했다. 참여자 구성에서는 현물 ETF 이후 기관 자금 유입이 늘수록 시장 불안 시 위험자산을 줄이는 ‘리스크오프’ 국면에서 주식과 함께 매도되는 경향(금융화의 역설)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중앙은행·연기금·국부펀드처럼 장기 운용 성격의 ‘인내자본’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행동 축적과 관련해선 급락 후 회복 패턴이 반복되며 ‘빠져도 돌아온다’는 믿음이 누적되고 있고, 알고리즘·AI 트레이딩 비중이 큰 만큼 ‘위기 시 매수’ 전략이 코드로 확산될 경우 패턴 형성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Z세대의 자산 운용 본격화가 금 대신 비트코인을 먼저 찾는 행동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을 지금 단계에서 ‘디지털 금’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유용성을 기반으로 3대 비대칭이 완화되면 금의 복제가 아닌 새로운 범주의 ‘넥스트 골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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