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코인 식고 증시로 모인다…돈의 '새 길' 열렸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과 가상자산 시장에서 빠져나와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대출 규제와 수익률 역전 현상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가계 자산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부동산 시장에서 감지된다. 부동산을 ‘절대 안전자산’으로 여기던 시장 인식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부동산 시장 압박 기조가 이어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34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감소하며 3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리 부담과 규제가 지속되면서 추가적인 주택 구매 수요가 억제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1년간 주식 수익률이 부동산 상승률을 웃돌면서 ‘부동산만이 유일한 자산 증식 수단은 아니’라는 학습 효과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통해 이런 변화를 짚었다. 보고서는 “증시 강세장 속 주식 투자 수익 경험 증가가 양호한 금융투자 성과를 견인했다”며 “지난 15년간 한국 부자는 부동산투자와 상속·증여 중심에서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금융투자 이익으로 부를 이룬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는 사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 역시 자본시장 체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구조상 코인을 매도한 현금은 실명확인 입출식 계좌를 거쳐 은행 예금으로 잡힌 뒤 다시 다른 투자처로 이동한다. 실제로 올해 1월 한 달간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0조~30조원 규모로 급감했는데, 이는 가상자산과 예적금에서 빠져나온 대기성 자금이 은행을 경유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과 가상자산,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최종 도착지는 증권시장으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시장 유동성 가늠 핵심 지표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월 말 기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한때 증시 거래 대금의 2배에 달했던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최근 증시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축소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주식 활동계좌 수가 1억 개에 육박하며 사실상 ‘1인 다계좌’ 시대로 접어들고, 한동안 위축됐던 개인신용·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머니무브의 속도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증시 예탁금 급증과 맞물려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회복하면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결집은 한동안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증권가에서도 이러한 유동성 결집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과열 해소를 마친 주식시장이 상승 추세에 복귀하는 '피트아웃(Pit-out)'의 순간"이라고 정의했다. iM증권 역시 2026년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산시장의 재편"을 꼽으며 자본의 흐름이 미래 성장 산업인 자본시장 중심으로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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