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T는 6개, USDC는 4개 체인…결제 전략 차별화
실명 확인·환불 제한…규제 내장형 결제 모델
한국 사이트는 미적용…트립닷컴 “계획 없어”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Trip.com)이 항공권과 숙소 예약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자는 기존 카드·전자결제 수단 외에도 USDT·USDC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직접 결제할 수 있다.

트립닷컴의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암호화폐 결제 대행사 트리플에이(Triple-A)를 통해 제공된다. 결제 금액은 달러 기준으로 고정되며, 사용자는 지정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송금하는 방식이다.
이번 결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테더(USDT)와 써클(USDC)이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USDT는 총 6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지원 체인은 이더리움(Ethereum), 트론(Tron), 폴리곤(Polygon), 솔라나(Solana), 아비트럼(Arbitrum), TON 네트워크다. 반면 USDC는 총 4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며, 이더리움, 솔라나, 폴리곤, 아비트럼으로 범위가 제한된다. 이용자는 결제 단계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네트워크를 선택한 뒤, 화면에 표시된 지갑 주소로 직접 송금하거나 QR 코드를 스캔해 결제를 완료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두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전략과 규제 접근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USDT는 글로벌 접근성과 결제 범용성을 중시해 트론·TON 등 리테일 결제에 널리 사용되는 네트워크까지 폭넓게 지원하는 반면, USDC는 규제 친화성과 기관 활용도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검증된 네트워크 중심으로 결제 옵션을 구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차별화된 체인 지원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일 자산이 아닌, 서로 다른 성격의 결제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제 과정에서는 최소한의 실명 확인 절차도 함께 이뤄진다. 이는 트리플에이가 싱가포르 결제서비스법(PSA)에 따라 디지털결제토큰(DPT) 사업자로서 자금세탁방지(AML) 및 제재 대상 확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조치다. 카드 결제와 달리 결제 승인 이후 취소나 환불은 제한되며, 잘못된 네트워크 선택이나 주소 오류로 인한 자금 손실은 이용자 책임으로 귀속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스테이블코인이 투자·트레이딩 수단을 넘어 실제 상거래 결제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환전이나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고 항공·숙박과 같은 고액의 국경 간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 결제가 스테이블코인의 대표적인 실사용 분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트립닷컴 한국 사이트에서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트립닷컴 한국지사는 “한국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과 관련해 현재 정해진 계획이나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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