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현장] 신한은행, “웹3·전통금융 경계 허물어져, 은행 역할 재정의돼야”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전통 금융·가상자산 경계 희석
커스터디·스마트컨트랙트 역량 확보가 미래 경쟁력

스테이블코인과 STO의 제도권 도입이 가까워지며 은행의 역할은 ‘발행’이 아닌 ‘수용’에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세미나에서 발언 중인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 셀 리더 (사진=장주영 기자 jyjang24@)
▲세미나에서 발언 중인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 셀 리더 (사진=장주영 기자 jyjang24@)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 셀 리더는 지난 27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신뢰사회로의 전환: 블록체인과 AI가 만든 금융혁신’ 세미나에서 은행의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침투로 느끼는 현실과 위기감을 설명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김 리더는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금융 혁신을 여는 촉매제’”라며 “은행은 이를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먼저 김 리더는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해외 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과정을 시현했다. 김 리더는 “아직 원화를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이 번거롭기는 하나, 단 5분이면 세계 어디든지 이메일처럼 돈을 보낼 수 있다”며 “수수료도 거의 무료에 가까워 은행원의 입장에서는 두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리더는 “이미 외국인들에게는 익숙한 결제 및 송금 방식”이라며 “빌 게이츠가 말했던 ‘은행 서비스는 필요하지만 은행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말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체류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전체 월급을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며 외국인 관광객이 가상자산 ATM기를 통해 원화를 인출하기도 한다. 은행이 없어도 예금, 송금, 지급결제, 보관, 자산거래까지 가능한 것이다.

김 리더는 “이제까지 가상자산 생태계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전통 금융의 구조를 모방해왔지만,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양면 종이를 구부린 뫼비우스 띠처럼 각기 다른 금융 생태계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100만 원 짜리 주식을 한 주에 만 원짜리 토큰으로 바꿔 거래하는 방식이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자산의 토큰화로 비트코인,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필요성이 갈수록 대두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산의 토큰화란 부동산, 미술품, 슈퍼카 등 실제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조각내 값을 매겨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김 리더는 “은행도 이제까지 오프라인 영업점, 자동화 기기 ATM, 온라인 모바일 뱅킹 등 기술을 받아들이며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기술 이면에 내제된 경제적 원리와 구조적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진취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커스터디와 스마트컨트랙트 등의 기능을 갖추며 얼마나 가상자산을 잘 다루고 보관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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