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양자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보안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암호경제학 연구와 주요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비트코인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적 문제를 넘어 경제적·전략적 인센티브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앙미시건대학교(Central Michigan University) 연구진이 발표한 2024년 논문 「Is Quantum Computing the Bitcoin Terminator?」(Li et al., 2024)은 양자컴퓨터 기반 공격의 기술적 가능성을 분석하는 동시에, 공격자의 경제적 인센티브가 낮다는 점을 정량 모델로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설령 공격자가 양자컴퓨터로 개인키를 탈취하더라도 시장 신뢰 붕괴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개인키가 탈취되면 해당 지갑의 비트코인은 공격자가 즉시 이동할 수 있지만, 가격이 붕괴한 상황에서는 이 자산의 실질적 가치가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즉, 연구진은 공격 자체는 가능하더라도 탈취한 비트코인의 가치를 스스로 폭락시키는 경제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양자 공격이 발생할 경우 공격자에게도 치명적인 노출이 일어난다는 점도 중요한 억제 요인이다.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트레일오브비츠(Trail of Bits)는 보고서에서 “양자 해킹을 실행하는 순간 공격자가 가진 모든 기술적 우위를 스스로 공개하는 셈”이라며, “그 이후에는 국가·기관·보안기업의 즉각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비트코인 개발자 커뮤니티는 이미 양자컴퓨터 시대를 대비해 미국 NIST(국립표준기술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가 표준화 중인 포스트-퀀텀(PQC: Post-Quantum Cryptography, 양자컴퓨터로도 깨지지 않도록 설계된 차세대 암호 기술) 서명 알고리즘(FALCON, Dilithium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필요할 경우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를 PQC 기반으로 전환하는 업그레이드 시나리오도 제안된 상태다.
업계는 비트코인이 양자컴퓨터 시대에도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와 기술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존속 가능한 자산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