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 4조 달러 가상자산 시장을 장악하다…투자·감시·구조조정까지 번지나”

▲블록체인과 AI (출처: IOtric)
▲블록체인과 AI (출처: IOtric)

가상자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AI 기반 자동매매·리스크 관리 시스템
거래소·투자사 운영 효율화와 함께 진행되는 구조조정 흐름
고숙련 기술 직군 중심으로 재편되는 블록체인 업계 노동시장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4조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AI(인공지능)이 투자·감시·업무 구조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 AI 기반 자동매매 봇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거래소와 투자사의 ‘표준 장비’가 됐고, 규제 대응과 내부 효율화를 이유로 한 인력 구조조정에도 AI 도입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벤처캐피털 a16z가 발표한 ‘State of Crypto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4조 달러를 넘어섰다. a16z는 “블록체인은 초당 3,400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며, 스테이블코인은 연간 46조 달러 규모의 결제를 중개하는 등 크립토는 이제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AI 알고리즘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확대한 영역은 ‘투자·트레이딩’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는 ‘AI 크립토 트레이딩 봇 시장’ 보고서에서 이 시장 규모를 2024년 408억 달러로 추산하며, 2034년에는 9,852억 달러로 성장해 연평균 37.2%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AI 트레이딩 플랫폼 시장’이 2024년 112억 달러에서 2025년 134억 달러, 2030년에는 33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2025년 기준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시장 자체가 541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데, AI가 예측 분석·자동 주문·포트폴리오 최적화 기능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으면서 두 시장의 성장이 서로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AI는 거래소 현장에도 깊숙이 들어왔다. AWS ‘re:Invent 2024’ 발표를 정리한 카카오페이 기술블로그에 따르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전 세계 뉴스와 소셜 미디어의 감성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가격 변동 신호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해당 사례에 따르면 크립토닷컴은 AWS 기반 AI 서비스를 통해 특정 코인·섹터 관련 뉴스 흐름을 자동 분류하고, 긍·부정 감성 점수와 키워드를 추출해 리스크 관리·마켓메이킹 전략에 반영한다. 사람 애널리스트가 24시간 모니터링할 때보다 적은 인력으로 더 넓은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AI·디지털 자산 결합 흐름이 포착된다. 아웃소싱타임스는 최근 AI·스테이블코인 금융 보고서를 인용해 “AI 기반 금융 모델은 투자자의 성향과 목표를 학습해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금융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정밀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AI 도입의 이면에는 구조조정과 일자리 재편이 자리한다. 기술 업계 구조조정을 집계한 복수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전 세계 기술·스타트업 부문에서 해고된 인원은 20만2,000명을 넘어섰다. 일부 빅테크는 공지에서 “AI 인프라 효율화”를 감원 이유로 직접 언급했다.

핀테크·크립토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뱅킹다이브는 2024년 핀테크 구조조정 리스트에서 미국 크립토 기업 백트(Bakkt)가 비콜센터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28명을 감원했다고 전했다.

크립토로보틱스는 2025년 1월 분석 기사에서 “메사리(Messari) 등 리서치·데이터 업체의 감원이 트레이딩 플랫폼 전반으로 파급되며,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인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8월 ‘AI와 일자리 성장’ 보고서에서 “AI는 일부 산업에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 생산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블록체인 업계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 구조는 ‘없어지는 일’과 ‘새로 생기는 일’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거래소·디파이(DeFi) 프로젝트에서는 AI가 시세 모니터링·이상 거래 탐지·고객 응대 챗봇 등을 대신 맡으면서 콜센터·단순 리서치·모니터링 직무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온·오프체인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기반 리스크·AML(자금세탁방지) 엔지니어, AI 트레이딩·마켓메이킹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개발자 등 고숙련 직무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금융·가상자산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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