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ㆍ두나무, '원화 스테이블코인 테더' 꿈

네이버ㆍ두나무, 스테이블코인 결제·거래 원스톱 생태계 구상
저평가 해소ㆍ규제 친화 전환…두나무에 기회
"한국형 테더 등장"…전통 금융사도 경쟁 가세 전망

(사진=챗GPT)
(사진=챗GPT)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결합을 추진하면서 국내 디지털 금융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양사가 힘을 합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결제부터 거래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가상자산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네이버의 성장 동력 확보와 두나무의 저평가 해소에 모두 유리한 '윈윈' 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포괄적 주식교환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가 성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네이버페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두나무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기와(Giwa)'를 통해 이를 유통·상장하고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결제부터 거래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비중 확대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의 2030년 비용 절감 규모가 약 1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두나무가 자회사로 편입되면 외부 결제 인프라 비용이 사라져 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네이버가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기존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던 중간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AI가 경제 활동을 주도하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 단위로 사용될 것"이라며 "페이, 구독 등 다양한 서비스를 보유한 네이버가 활용처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과 경쟁 가능한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가진 네이버에 두나무가 가상자산을 결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협업을 넘어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나무 연결 효과는 단순히 거래대금 수익에 그치지 않고 실물연계형자산(RWA),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라며 "네이버와 미래에셋그룹이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을 3:1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이 증권과 RWA 토큰화를 담당하고 두나무가 유통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라고 분석했다.

두나무의 저평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비상장인 두나무의 추정 시가총액은 주가수익비율(PER) 12배를 적용해 약 12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의 코인베이스가 30배 가까운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두나무 역시 코인베이스처럼 거래소를 넘어 페이먼트 인프라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평가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 수익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규제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는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업비트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특정 고객정보 관리 및 미공개 정보와 관련해 금융당국 제재심에 회부돼 법적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라는 확실한 규제 친화적 파트너와의 결합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사실상 한국형 테더(USDT)가 등장했다"라며 "이제 남은 것은 누가 써클(USDC)의 역할을 맡을지인데, 이 과정에 전통 금융사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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