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랠리 속 알트·파생·글로벌 유동성 등이 해외 계좌 수요 견인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앞두고 제도 정비 과제

해외 가상자산 계좌 신고자가 급증했다.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해외금융계좌 유형에서 주식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가격 상승 효과에 더해 알트코인·파생상품 접근, 글로벌 유동성 활용 등 구조적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국내 거래 가능 이용자도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우상향 추세를 그리는 가운데, 2027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제도 보완 필요성이 커졌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해외 가상자산 계좌 신고자가 지난해 1043명에서 올해 2320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계좌 집계를 시작한 2023년 이후 최다 수치다. 해외금융계좌 유형에서도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제치고 2위를 달성했다. 국세청이 집계한 해외금융계좌 기준은 연중 하루라도 해외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 잔액 합계가 5억 원을 넘는 경우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가치 상승이 신고 인원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종목은 최근 신고가를 잇달아 경신했다. 비트코인은 이달 14일(현지시각) 처음으로 12만4000달러를 기록했고, 이더리움도 24일 49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넘어섰다.
업계는 단순한 가격 효과를 넘어 구조적 요인이 해외 투자 확대를 이끌었다고 본다. 국내 거래소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다양한 알트코인·파생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글로벌 거래소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대규모 주문을 빠르고 비용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가격 괴리(김치프리미엄)가 발생할 때 거래소 간 이동을 통한 차익거래를 노리는 흐름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선 해외 가상자산 계좌가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통한 잠재적인 세원 잠식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세청을 포함한 전 세계 과세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가상자산 거래내용 등의 정보교환 보고 규정(CARF)에 따라 정보교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저변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24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거래 가능한 계좌를 둔 이용자는 이달 5일 기준 1086만6371명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 실태조사에서 제시한 가상자산 거래가능 이용자가 970만 명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뚜렷한 우상향이다.
한편, 가상자산 투자가 증가하면서 과세 이슈도 두드러지고 있다. 개인의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주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득세법'의 가상자산 과세체계를 들여다본 결과 제도적 허점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유예에 대한 평가보다 유예 기간 동안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필요한 수정 사항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것을 제언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