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양강 체제 여전…국내 거래량 97% 차지
하반기 법인 진입 허용, 거래소 지형도 변화 가능성 주목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의 현물 거래량이 올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거래량이 급증했다. 업비트와 빗썸이 여전히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가운데 하반기부터 법인 고객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면서 거래소 시장에 새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4일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의 현물 거래대금은 총 1조77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 역시 고팍스를 제외하고 모두 2월 이후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다만, 거래량은 여전히 업비트와 빗썸이 대부분을 차지해 거래소 양강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국내 5대 거래소의 총 거래금액은 1629억8893만 달러였으며, 이 중 업비트가 1126억5000만 달러(69%), 빗썸이 459억7000만 달러(28%)를 기록해 두 곳이 전체의 97%를 점유했다. 최근 24시간 기준으로 코인원은 전월 대비 점유율을 1%포인트(p)가량 끌어올렸지만, 나머지 두 거래소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과점 구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하반기 법인 투자자의 시장 진입 허용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비영리법인과 법집행기관의 현금화 목적 매도를 허용한 데 이어, 하반기부터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등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법인 영업의 대상은 주권 상장법인 2500여 곳과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1000여 곳 등 총 3500개사에 달한다. 미국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는 법인 고객이 전체 거래량의 80%를 차지할 만큼 주요 고객군으로 자리 잡은 만큼, 국내 거래소들도 법인 고객 유치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비트와 빗썸은 법인 회원 가입 신청 서비스를 개시했다. 코빗은 지난달 ‘코빗 비즈’ 페이지를 열고 법인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코빗은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한 5개 거래소 중에서는 유일하게 시중은행인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인원 역시 올해 초 법인 고객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다양한 유형의 법인으로부터 문의를 받는 중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하반기 법인 거래 허용에 대비해 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함께 시스템 구축을 신속히 진행 중”이라며 “법인의 특성과 수요에 맞춘 맞춤형 플랫폼을 개발해 개인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인 명의의 가상자산 거래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난 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실제 법인 명의로 이뤄진 가상자산 거래는 대표적으로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의 기부 자산 거래를 지원한 건과, 제주도청이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압류한 뒤 코빗을 통해 매각·출금한 사례 정도가 알려져 있다. 두 사례 모두 투자 목적이 아닌 기부나 체납 처리 등 예외적 목적에서 이뤄진 거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