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시장 열린다…韓 비트코인 현물 ETF, 물밑 준비 본격화

美 비트코인 현물 ETF, 이달 7.8조 원 유입…제도권 진입 가속
국내도 31조 잠재력 주목…정부·업계 발맞춰 대응 나서
제도적 장벽 여전…법 개정·신탁 인프라 등 과제 산적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제도권에 진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31조 원 규모의 시장 잠재력이 거론되며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제도적 제약으로 당장 가상자산 ETF를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와 국회, 업계 모두 변화를 모색 중이다. 법 개정과 수탁 인프라 확충 등 선결 과제가 향후 제도화를 좌우할 전망이다.

28일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이번 달 글로벌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총 57억1240만 달러(약 7조8734억 원)가 유입됐다. 이달 2일부터 18일까지는 17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시 11개월 만에 금 ETF의 운용자산(AUM)을 추월하며 역대 가장 빠르게 성공한 ETF로 평가받는다. 블랙록(IBIT), 피델리티(FBTC)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물꼬를 텄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자의 26.5%가 기관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 플랫폼 웨이브릿지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경우,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30년까지 약 31조 원 규모의 AUM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개인 및 법인의 시장 참여와 함께 비트코인 변동성이 점차 완화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지 않아 관련 ETF의 발행·상장·중개가 불가능하다. 현물 ETF 도입 전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하는 유권해석 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신탁업자가 가상자산을 수탁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고, 국내에 공신력 있는 가상자산 지수가 미흡해 해외 지수에 과도하게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제도화 논의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기반 ETF 제도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6월 발의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방안을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은 KIS자산평가와 함께 가상자산 ETF의 기초지수로 활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 지수 개발에 착수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3일 열린 ‘PLUS ETF 리브랜딩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ETF 흐름은 가상자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가상자산 전문 부서를 신설하고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며 관련 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하려면 가상자산 영역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 정립과 시장 기능 고도화, 운영 체계의 선진화가 병행돼야 한다"라며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동기화부터 기초자산의 안전한 보관까지 단계별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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