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3대 핵심법안 상정
글로벌 규제 경쟁 격화
EU·아시아 이어 한국도 제도화 박차
규제 명확성 확보로 기관 자금 유입 확대 기대

미국 하원이 사상 처음으로 ‘크립토 위크’를 공식 지정하며 가상자산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금융권도 제도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 역시 관련 입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가상자산 규제가 명확해지면서 기관 자금 유입이 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한 주를 ‘크립토 위크(Crypto Week)’로 공식 지정했다. 미국 의회 역사상 특정 주간을 가상자산 전용으로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하원은 크립토 위크 기간 △가상자산 명확화 법안(CLARITY Act) △중앙은행 가상자산 감시 중단법(CBDC Anti-Surveillance State Act)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GENIUS Act) 등 총 3개의 핵심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명확화 법안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의 관할 권한을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지털 상품은 CFTC의 단독 관할로 분류하고, 가상자산 유형에 따라 증권은 SEC가, 상품은 CFTC가 각각 감독하게 된다.
중앙은행 가상자산 감시 중단법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니어스 액트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경쟁을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 규제 기본법안 미카(MiCA)를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고,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금융 허브들도 규제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가상자산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말,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담은 ‘디지털 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강준현 의원 등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달 중 ‘디지털자산 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지면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빗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크립토 펀드 운용 자산은 1670억 달러(약 230조 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장기성 기관 자금의 회복 흐름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거래량 중 기관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한다는 점은 기관 중심의 거래가 뚜렷해졌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성 기관 자금이 인프라와 규제 정비에 기반을 두고 구조화되는 흐름은 최근 미국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은행권의 실질적 진입과도 궤를 같이한다"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정책 이벤트가 교차하는 시기에는 기관투자자의 방향성 있는 참여 여부가 시장의 체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라고 전했다.